루푸스와 관련된 최신 연구 진전으로 '루푸스 산모가 출산한 미숙아의 성장', '새로운 루푸스 치료제 개발 가능성', '간편한 소변 검사로 루푸스 신염 진단' 등에 관한 각 대학병원의 논문이 주목된다.
■ 서울성모병원, 루푸스 산모 출산 미숙아 2년안에 정상성장 따라잡아
자가면역질환 산모가 출산한 신생아는 저신장,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지만, 2년 안에 건강한 신생아의 성장을 따라잡고, 산모의 자가 항체는 아이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대철(교신저자)‧심수연(제1저자) 교수팀이 자가면역질환으로 진단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 142명과 특이 질환으로 진단받지 않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149명의 영아를 대상으로 2010년에서 2017년간 성장에 대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산모의 자가면역질환은 전신홍반 루푸스(81%), 쇼그렌 증후군(6%), 기타 자가면역 현상(11%)으로 진단되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소아 류마티스학(Pediatric Rheumatology)’ (인용지수 3.4) 2월호에 게재되었다.
일반 산모와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분만 시기, 유산, 조산아 분만력, 출산력에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자가면역 질환 산모가 출산한 신생아는 미숙아 출생률, 저체중 출생아, 저신장 출생아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직후 신생아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아프가 점수(Apgar score)‘와 분만 방법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을 출생 시, 출생 후 2개월, 5개월, 8개월, 12개월, 24개월에 신체 계측을 측정하고 한국 정상 영아 인구와 비교평가(z-score) 하였을 때, 출생 시는 신장과 체중 모두 작게 측정되었으나, 출생 후 2년에는 따라잡기 성장을 하여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 산모가 출산한 아기 중 약 반수가 자가면역항체 양성으로 확인 되었으나, 2년 동안 추적하면서 대부분 검사결과가 정상화 되었고 출생 후 2년동안 추적한 결과 빈혈과 같은 혈액학적 증상, 선천성 심장차단 등 신생아 합병증 보고는 없었다.
정대철 교수는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 임산부가 신장과 체중이 작은 아이나 미숙아를 출산하고, 특히 자가면역 항체가 아이에게 발견되더라도 2년 후 평균을 따라잡고 대부분 정상화 되었다는 이번 연구 결과가, 임신을 계획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아주대병원, ‘TIP1 펩타이드’ 새로운 루푸스 치료제 개발 가능성 확인
아주대병원은 전신홍반루푸스(이하 루푸스)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물질로 ‘TIP1 펩타이드’가 새롭게 확인됐다고 지난 3월 초에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21년 11월 세계적 권위의 SCI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분자과학 국제저널)에 ‘Toll-like Receptor Signaling Inhibitory Peptide Improves Inflammation in Animal Model and Human Systemic Lupus Erythematosus(톨유사수용체 신호전달 억제 펩타이드가 전신홍반루푸스 동물 모델과 전신홍반루푸스 환자의 염증을 개선함)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는 외부의 병원균을 인지하여 면역반응을 가동시키는 즉 우리 몸을 방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하지만 톨유사수용체가 과발현하게 되면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증가해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루푸스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TIP1 펩타이드의 톨유사수용체 억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대표적인 루푸스 동물모델인 MRL/lpr 마우스에 TIP1 펩타이드를 처리했다. 그 결과 마우스에서 루푸스의 임상증상(피부증상, 임파선 및 비장 종대)과 질환 마커(자가항체, 보체, 소변의 단백뇨 등) 수준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또 신장, 비장 및 림프절과 같은 주요 조직에서 톨유사수용체 발현과 관련있는 신호전달물질 TLR7&9, MyD88, IRF7 단백질이 감소하면서 염증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또 실제 루푸스 환자에서 TIP1 펩타이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루푸스 환자의 말초혈액 단핵구를 배양해 TIP1 펩타이드 처리한 결과, 톨유사수용체 발현 신호전달 단백질과 루푸스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싸이토카인인 인터페론 알파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동물모델과 루푸스 환자에서 모두 TIP1 펩타이드가 톨유사수용체의 신호를 억제하여 루푸스의 염증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서창희 교수는 “루푸스로 인한 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번 연구는 ‘TIP1 펩타이드’가 루푸스에서 염증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임을 처음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이 물질이 치료제로 개발되어 루푸스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서울아산병원, 간편한 소변 검사로 루푸스 신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용길 교수와 융합연구지원센터 김경곤 교수는 간편한 소변 검사만으로도 전신홍반 루푸스 환자의 루푸스 신염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를 개발했다고 지난 1월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내부과제로 수행되었으며, 국제 학술지 「임상 및 중개의학(Clinical and Translational Medicine, 피인용지수 11.492)」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 분석 결과, 루푸스 신염 환자군에서는 소변 내 ORM1(Alpha-1 Acid Glycoprotein)이라는 급성 염증 단백질이 최대 6.4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변 내 HBD(Haemoglobin suBunit Delta) 단백질의 양이 루푸스 신염의 활성도(Activity Index)와 비례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HBD 단백질 양이 증가할수록 루푸스 신염의 활성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ORM1과 HBD 단백질에 SERPINC1과 CP 단백질을 추가해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시행한 결과에서도 4개 단백질 조합이 루푸스 신염 만성도(Chronocity index)와의 상관지수가 0.727(p=0.001)로 높게 나타나 임상적으로 매우 유용한 지표임을 확인했다.
김경곤 서울아산병원 융합연구지원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자와 임상연구자가 한 팀을 이루어 바이오 마커를 도출한 중개 연구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대규모 검증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상용화의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용길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연구 결과에서 확인된 소변 단백질을 이용하면 신속 정확하게 루푸스 신염을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장 조직 생검에 따르는 합병증 부담을 덜 수 있어 전신홍반 루푸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