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2-09-27 18:05 (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 문제의 핵심은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
상태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 문제의 핵심은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2.08.11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타까운 사건을 의대 신설, 정원 확대 도구로 악용하려는 시도에 일침
필수의료 분야 등 저수가 체계 개선 시급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고 이후 의과대학 신설, 의사 정원 확대 등의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문제의 핵심은 전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라며 사건을 왜곡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먼저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고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한민국의 뇌출혈 치료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뇌출혈은 크게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누고, 외상성은 경막하출혈이나 뇌내출혈, 경막외출혈, 지주막하출혈 등 다친 위치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번 사건에서와 같은 비외상성으로 발생하는 뇌출혈은 대표적으로 자발성 뇌내출혈과 뇌지주막하 출혈이 흔하고, 뇌지주막하 출혈의 주원인이 뇌동맥류 파열이다.

뇌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두통 등의 전조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파열 전에 뇌동맥류 진단을 못 할 수도 있고, 두통이 발생하면 뇌동맥류 파열 초기가 많아 빠른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발견하면 중재적 시술을 할 수도 있고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뇌동맥류에 시행하는 중재적 시술은 코일링(coiling), 수술은 클립핑(clipping)이라는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고 알려진 곳에 클립핑 수술을 하는 의사가 없었느냐 하는 점이다.

병의협은 “외국에서 클립핑 수술은 신경외과 영역에서 고난도 수술이라 수가가 매우 높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클립핑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 예후도 좋지 않은데다 수가도 높은 편이 아니라 신경외과 의사들도 자연적으로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대비 적은 편이 아니지만, 상당수의 신경외과 의사들은 뇌출혈 분야를 기피하고, 그마저도 클립핑 보다는 중재적 시술인 코일링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협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핵심 문제는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및 의료 인력의 부족 문제와 원인 및 해결책이 같다고 볼 수 있다”라며 “필수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지역별 뇌혈관질환 응급체계 운영을 위한 지원책 마련 ▲필수의료 분야 등 저수가 체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 제시 등을 요구했다. 또한 “안타까운 사건을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증원의 도구로 악용하려는 일부 단체와 정치인들은 음흉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관련 논란에 대응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한 바 있으나 이번 사건을 건전하지 못한 의도로 왜곡하며 변질된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의협의 입장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개선 방향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단체의 의사 정원 확대 주장에 대해 “핵심은 전체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분야, 필수과의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무작정 의사 수를 증원한다고 해서 필수의료 과목의 전문의 부족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만큼 미용분야 등 비급여·저위험 분야의 의사와 해당 의료기관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소위 기피 과 현상에 대해서도 “단지 어렵고 험한 것을 꺼리는 세대와 가치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명감과 사회적 책무를 근간으로 의학에 몰두하고 전념하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합당한 설 자리와 여건이 현실적으로 마련돼 있는지 근본에 접근해야 풀릴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뇌혈관질환 등 긴급수술이 필요한 해당 과목 전문의는 1년 365일 온콜(on-call, 긴급대기) 당직을 서야 하며, 펠로우 및 관련 의료 인력도 같이 온콜 대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열약한 근무환경 때문에 지원하는 의료 인력이 적어 규모가 큰 병원이라 할지라도 극소수의 인원이 돌아가며 365일 전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온콜 당직을 했지만, 환자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비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실제 야간 수술을 하는 경우라도 이에 대한 보상과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뇌졸중·위암 등 급성기 질환 사망률은 OECD 평균을 크게 밑돌고 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직장암,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폐암, 위암 등 7개 암의 5년 생존율은 대부분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낮은 의료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의협은 “이 같은 결과는 그간 노력해온 우리나라 의료진의 실력과 헌신의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은 특정과 기피 현상과 여건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획기적 처우 개선책을 통한 기피 과 인식개선 및 동기부여 ▲의료분쟁특례법, 분쟁 비용 국고지원 및 필수의료지원 특별법 제정 ▲뇌혈관 수술 등 해당 진료수가 현실화 ▲필수의료 인력 수련비용 국가 보장 ▲신경외과 전공의 우선 배정 등 중증 진료 분야 인력 확보 ▲권역, 지역별 민간병원과 연계한 필수의료 민관 협력(야간 온콜 시스템 도입) ▲중증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책임제 시행 ▲지역 필수의료 육성 ▲필수의료 우선순위, 수가 정상화 등 독립된 협의체 운영 등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