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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살펴봤더니… 개선커녕 또 희생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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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살펴봤더니… 개선커녕 또 희생하라고?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2.07.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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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근본적 대책 없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 비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지난 7월 18일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추진 방안’의 일부 내용이 한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가운데 의료계가 저수가 개선이나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은커녕 오히려 의료 현장의 혼란만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해당 언론 보도에 따르면, 종별 가산의 대대적인 폐지 및 개편, 검체 및 영상 분야의 종별 가산 폐지와 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료 가산 폐지 또는 개편을 통해 추가로 재정을 확보해 이를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추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지원이나 상대가치점수 총점의 점증 계획도 없이 발표된 이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은 저수가 개선이나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의료 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종별 저수가 구조의 면밀한 원인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검체 및 영상 분야 종별 가산 폐지는 효과도 없고, 저수가 구조를 더욱 고착화할 것으로 봤다. 바의연은 그 근거로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2016년 수행한 ‘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를 들었다.

해당 연구 결과를 보면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은 전체적으로 78.4%에 불과하고 진찰료, 입원료, 주사료, 마취료, 처치 및 수술료 등 의사 및 의료인의 의료 행위와 관련된 수가는 50~80% 수준으로 매우 낮다. 연구에서 드러난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은 상급종합병원 84.2%, 종합병원 75.2%, 병원 66.6%, 의원 62.2%로 나타나 의료기관의 규모가 작을수록 저수가 고통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각 의료 행위 분야 중 원가인 100%를 의미 있게 넘긴 분야는 원가 대비 140% 정도의 수가를 나타낸 영상 분야와 145~153% 정도의 수가 수준을 보인 검체 검사 분야 둘 뿐이었다.

바의연은 “비급여 의료를 제외하고 원가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료 행위 분야가 검체 검사 및 영상 분야뿐이기 때문에 많은 의료기관이 검사를 많이 해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라면서도 “문제는 원가에 비해 40~50% 정도의 이윤이 남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부적절하게 높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느냐는 점과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이는 검체 검사와 영상 분야의 수가를 반영해도 전체적으로 의료기관들이 심각한 저수가에 시달리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의지를 정부가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추가로 마련되는 재원을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라며 “이는 정부가 근본적으로 저수가를 개선할 의지나 계획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현재 입원료 수가는 원가 대비 46~50%, 처치 및 수술료 수가는 원가 대비 77.6%에 불과하다. 즉, 정부가 밝힌 종별 가산 폐지와 일부 과 입원료 가산 폐지 등을 통해 마련하는 5,000억 원가량의 추가 재정으로는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의 원가 이상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손해 보는 입원 및 수술 대신 수가가 낮아졌더라도 원가 이상의 수익이 나는 검체 검사와 영상 검사를 더욱 많이 하는 방향으로 의료 행태를 변화시켜 의료 왜곡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입원료 가산 폐지 및 조정 역시 해당 진료과 환자들에 대한 기피 현상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바의연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에서 치료받는 중환자의 상당수가 내과 환자인데 내과 입원 환자에 대한 수가 가산을 없애면, 병원들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 내과 병상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내과 환자들의 급성기 병상 수 감소로 이어져 많은 생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환자는 정신전문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입원료 가산이 폐지되면 병상 수 감축 및 의료 인력 감축 등의 조치가 필수적으로 따라 올 수밖에 없다”라며 “이는 결국 정신질환자의 탈원화를 더욱 조장하고, 입원 치료의 질이 감소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소아청소년과 환자에 대해서는 연령 가산 체계로 정비한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신생아실 입원료 보상을 늘리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입원료 가산 비율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바의연은 “소아청소년과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추가 지원책 마련은커녕, 기존 입원 수가도 연령별 조정을 통해서 감축하는 것은 소아청소년과를 더욱더 위기로 몰아넣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바의연은 “건강보험 재정 규모의 증대 없이 총점도 고정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라며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할 때마다 의료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다가는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에 변화를 시도하고, 저수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근본적인 변화와 정석적인 방법으로 시스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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