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산의회 "의료전달체계 왜곡, 지역 환자 불편 초래…개정안 폐지해야"

올 초 보건복지부가 6개 의약단체가 참여하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이하 보발협) 제25차 회의에서 특수의료장비 개정안을 논의하고도 이를 대외비에 부치며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규칙 개정을 강행할 경우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는 “개정안대로 설치 기준이 바뀌게 된다면, 1차 의료기관이나 지역 중소병원이 충분히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데도, CT나 MRI 촬영을 위해 무조건 상급병원에 전원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이는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기하급수적으로 부추겨 1차 의료기관들은 위축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의 기반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시행 중인 특수의료장비설치에 관한 공동 활용 병상제도는 2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이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를 설치, 운영하고자 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제도이다. 즉 공동 활용 동의서를 제출한 다른 의료기관의 병상과 자체 병상의 합계가 200병상일 경우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논의 중인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CT는 100병상, MRI는 150병상의 자체 병상이 있어야만 특수의료장비 설치가 가능하며, 자체 보유 병상이 부족한 의료기관의 공동 활용 병상 규정을 폐지해 의원을 포함한 150병상 미만 의료기관의 CT, MRI 설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에 대개협은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특수의료장비 개정안이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제적인 기회를 박탈하고, 전문 진료 영역을 축소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쟁력 약화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발협은 해당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대외비로 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불합리한 개정안을 실행에 옮기려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개협은 “지금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CT, MRI 검사를 위해 새벽 3~4시에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검사실로 찾아가는 실정인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 불편함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가중될 것”이라며 “1차 의료기관과 15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진료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CT, MRI와 같은 특수의료장비는 과거와 달리 보편적인 필수 진단 장비이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도구인 것을 명심해라”라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진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진심 어린 의견을 경청해달라”고 당국에 호소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선제 산의회)도 정부의 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본 결과 ‘특수의료장비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21일 밝혔다.
직선제 산의회는 “국내 의료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150병상 미만의 소규모 의료기관의 CT, MRI 설치를 원천적으로 폐쇄하게 되는 것이며, 결국 1차 의료기관의 전문 진료 영역을 축소시키고 경쟁력 약화와 지역 환자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또한 환자의 경우 CT, MRI 등의 검사를 위해서는 무조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추가 방문·전원 되어야 하므로 환자가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며, 의료의 쏠림 현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CT와 MRI 같은 특수의료장비는 단순히 고비용 검사 장비가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도구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수의료장비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