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SGR 문제점 파악하고 있으나…단시간 내에 폐기할 의사 없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 재정운영위원회(재정위)는 지난 6월 2일 회의에서 SGR 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내년 환산지수 협상부터 적용하도록 부대의견으로 결의하고 공단에 권고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불합리한 SGR 모형은 폐기하고 공급자단체와 합의를 통해 최소한의 최저임금 인상률 및 물가 인상률이 자동 반영되는 기전을 마련하고, 의원 유형에만 불리한 여러 가산 제도도 개선한 새로운 모형을 개발하라고 6월 3일 촉구했다.
공단은 SGR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으나, 단시간 내에 폐기할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공단은 중장기적으로는 진료비 관리 측면에서 환산지수, 상대가치점수, 종별가산을 연계한 중장기 수가구조 개편방안을 마련 중이다.
■ SGR은 목표 지출액을 초과하면 수가를 줄이는 구조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 성장률)은 미국의 메디케어에서 의사 보상 수가의 연간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미국의 경우 1997년 균형재정법 이후 의료제공자에 대한 지불 환산지수는 SGR 공식을 기반으로 조정됐다. SGR은 4가지 변수 즉 의사수가 변화율, 대상자수 변화율, 1인당 실질 GDP 변화율, 법과 제도에 의한 변화율 등이 고려된다. 그러나 크게는 여러 경제적 상황에 연동하고 의료수가를 조정하여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의료비 지출을 달성하도록 설계한다.
이 방법은 실제 지출액이 지속 가능한 목표 지출액 범위 이내일 경우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가가 결정되는 반면, 실제 지출액이 목표 지출액을 초과하면 향후 목표 지출액 범위를 맞추기 위해 수가를 줄이는 구조다.
미국은 2015년 4월 16일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개혁법(MACRA)에 서명함에 따라 SGR은 폐지되었다. 이 법에 의해 메디케어 참여 의사들은 기존의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통합한 MIPS(성과기반지불제도)나 APM(대체적 지불제도 모델) 중에 반드시 하나는 참여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체지불제도가 시행 중에 있으며, 매년 옵션을 달리하며 변화하는 과정 중이다.
■ 재정위 "거시지표 활용하여 SGR 문제점 개선 방안 마련해야"
재정운영위원회는 6월 2일 회의에서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의료전달체계 정립 등을 위하여 오는 2023년에 협상을 통해 계약하는 2024년 요양급여비용에 적용할 요양급여비용 계약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하도록 결의하고 공단에 권고했다.
요양급여비용 계약과 관련하여 거시지표인 국민소득, 물가인상률 등을 활용하여 SGR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요양기관 유형 간 환산지수 격차가 의료전달체계에 미치는 문제 및 행위유형별 원가 보상수준 불균형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요청으로 공단에서 진행 중인 연구용역을 통해서 구체적 개편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일정을 보면 △개편방안은 2022년 8월 31일까지 마련하여 ‘요양급여비용계약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가입자‧공급자 등의 의견 수렴 △‘요양급여비용계약 제도발전협의체’에서 논의된 사항을 포함하여 개편방안을 2022년 11월 30일까지 재정위에 보고 △재정위는 2023년 1월 31일까지 개편방안을 보건복지부에다 건의이다.
■ 의협 "SGR 폐기하고, 최저임금‧물가 등 반영되는 새 모형 개발을"
이에 의협은 불합리한 SGR 모형은 폐기하고 공급자단체와 합의를 통해 최소한의 최저임금 인상률 및 물가인상률이 자동 반영되는 기전을 마련하고, 의원 유형에만 불리한 여러 가산 제도도 개선한 새로운 모형을 개발하라고 6월 3일 촉구했다.
앞서 6월 1일 의협은 공단과 진행한 2023년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 계약협상(수가협상)을 결렬시켰다.
의협은 "공단 측의 일방적이고 터무니없는 수가 인상률 제시로 결국 결렬됐다"며 "이는 공급자단체뿐 아니라 가입자단체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SGR 모형에 대한 조속한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매년 똑같은 형태의 수가 협상을 반복하고 있는 공단의 역할 방기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협 협상단 위원으로 참여했던 죄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 회장은 "SGR 모형은 부정확한 연구 방법이다. 미국은 폐기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공단은) 순위 매기기에만 썼다. 객관적 협상 자료로 쓰는 통계 가치는 없다"고 지적했다.
좌 회장은 "이런 식으로는 협상이 아니고, 공단이 일방적으로 수치를 던지고 우리에게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다. 이런 수가 협상에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협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 이용량 감소 등 재정 영향에 대해 어떻게 적용시킬지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는 시각이다.
의협은 "SGR 모형의 경우 거시지표의 선택과 목표진료비 산출 적용 시점에 따른 격차 발생, 장기간 누적치 사용에 따른 과대(과소) 편향 가능성, 산출 결과의 실효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미국 등도 그 사용을 2015년 영구 폐기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의협을 비롯한 공급자단체들이 지속적으로 SGR 모형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왔음에도 공단은 이러한 SGR 모형을 개선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이름만 ‘협상’ 일뿐 수가 계약을 일방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SGR의 폐기를 요구하면서도 대안으로 구체적 제도를 제시한 상황은 아니다.
■ 공단, SGR 문제점 파악…단시간 내 폐기 의사는 없어
공단은 SGR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으나, 단시간 내에 폐기할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공단 강도태 이사장은 지난 5월 의약 단체장들과 간담회에서 올해 수가 협상에 대해 “작년 수가 계약을 마치고 가입자, 공급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발전협의체를 중심으로 수가제도 개선 논의했다"며 "단기적으로는 최근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한 SGR 모형 개선으로 환산지수를 산출하여, 2023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협상을 추진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최근 의료환경 및 정책변화가 반영되도록 진료비 누적 기간을 10년으로 축소하고, 의료물가지수 산출식의 비용가중치 자료를 최신화했다는 언급이다.
공단은 중장기적으로는 진료비 관리 측면에서 환산지수, 상대가치점수, 종별가산을 연계한 중장기 수가구조 개편방안을 마련 중이다.
강 이사장은 “공단은 가입자에겐 보장성 강화 추진과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공급자에겐 보건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한 적정수가 보장이라는 큰 틀 안에서, 양면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도록 하고자 한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결국 재정위의 개선 권고를 공단은 SGR 폐기가 아닌 개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재정위가 제시한 일정에 따라 오는 8월 31일까지 개편 방안을 마련하여 ‘요양급여비용계약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가입자‧공급자 등의 의견을 수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