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앞서 보전적 치료한 의사에게 형사처벌…의료계 우려와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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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앞서 보전적 치료한 의사에게 형사처벌…의료계 우려와 공분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1.12.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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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형사처벌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것"

최근 서울지방법원이 소장 폐색 환자의 수술을 늦게 한 A 외과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하여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하자 의료계가 우려하면서 공분하는 모습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A 외과의사는 지난 2017년 11월 극심한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의 통증이 호전됐고, 6 개월 전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어 환자와 논의하여 보존적 치료를 했다. 7일이 경과한 시점에 환자에게서 심한 복통과 전신부종,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응급수술을 시행하여 소장 80cm를 절제했다. 괴사된 소장에서 발생한 천공으로 패혈증과 복막염이 발생하여 다시 수술을 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지방법원은 A 외과의사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한 소장 폐색 환자에게 상당히 중한 상해가 발생하여 수술 이후에도 신체 기능의 상당한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며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했다.

이에 23일 대한외과의사회가 성명을 내고 "의료과실의 문제를 일반적 범죄행위와 동일한 선상에서 일의적(一義的)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외과의사회는 "해당 사건의 경우 과도한 인체 침습행위에 대한 A 외과의사의 신중함이 적절한 진료행위의 지연처럼 보였고 그것으로 합병증 같은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이 과정 또한 의학이나 의료 그리고 복강내 외과수술을 하고 발생하는 장유착의 합병증의 결과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생길 수 있는 불가피한 위험이고 의료행위 과정에 필연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판단 또한 가능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외과의사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지연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하고 형을 선고해 의사를 단죄하면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즉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의료행위의 최전선에서 최선의 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것이고,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과의사회는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23일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의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라고 전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고 의료인에게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더욱 튼튼하게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가칭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시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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