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쁘니까 신고”, 무분별한 의료법 신고에 꼼짝없이 당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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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쁘니까 신고”, 무분별한 의료법 신고에 꼼짝없이 당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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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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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심 품은 의료법 위반 신고자 늘어… 의료법 제대로 알고 대응 필요
혼자 해결 어려울 땐 경기도의사회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와 상의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최근 환자의 권익이 중요시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한 무분별한 의료법 위반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의료진이 의료법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지 않을 경우 억울하게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경기도의사회는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법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경기도의사회에 따르면 의사 A씨는 최근 2년여에 걸친 지난한 의료법 싸움에서 승소했다. 지난 2년은 기억하기도 싫을 만큼 억울하고 고통으로 얼룩진 시간이었다. 사건은 A씨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았던 환자 B씨가 A씨를 직접 진찰 위반과 불법 진료로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직접 진찰 위반’과 ‘불법 진료’라는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대단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적으로는 의료법을 잘못 해석한 데서 비롯된 오인 신고였다.

환자 B씨가 병원을 방문해 진료 접수를 하자 간호조무사 C씨는 환자에게 불편한 증상과 요청사항 등을 확인해 진료차트에 기록했다. 이때 환자 B씨는 “현재 생리 중이라 내진이 어려우니 약 처방만 받으면 된다. 바빠서 오래 기다릴 수 없으니 빨리 처리해달라”라고 독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간호조무사 C씨는 증상에 대한 약 처방만 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의사 A씨에게 진료차트와 함께 환자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A씨는 환자 B씨가 항상 똑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던 점과 과거 균 검사 결과, 현재 증상을 종합해 처방전을 작성했다.

그러나 이후 진료실 바깥이 소란스러운 것을 확인한 A씨가 환자 B씨를 진료실로 불렀다. 환자 B씨는 대면 진료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려 점과 자신의 진료 순서에 왜 호명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A씨는 소통에 착오가 있었던 점을 사과하며 진료차트를 확인한 뒤 “현재 생리 중이라 내진은 불가능하고, 가려운 증상은 예전 진료 때와 마찬가지로 칸디다 균에 의한 염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약 복용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다시 내원하라”라고 설명했다.

또한, 간호조무사 C씨와 원무과 직원을 불러 환자 응대가 매끄럽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사과하도록 했다. 실제로는 환자 B씨의 진료 순서에 호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B씨가 외부에 나갔다가 오거나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듣지 못했던 것인데도 의료진은 환자의 불만을 상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진료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단순한 헤프닝으로 그칠 것 같던 일이 법정까지 가게 된 것은 환자 B씨가 간호조무사 C씨의 진료차트 기록 행위를 불법 진료로 신고하고, 의사 A씨에 대해서는 대면 진료를 하지 않고 처방전만 발급했다며 직접 진료 위반으로 신고하면서부터다.

의사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경기도의사회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에 민원을 접수했다. 요지는 ‘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진료기록 차트를 작성하는 것이 불법인지 판단해달라’였다. A씨는 “진료과목의 특성상 자궁근종 등의 표기를 위해 종이차트와 전자차트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며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마지막 월경일과 증상 등을 물어본 뒤 종이차트에 기록하면 진료실에서 의사가 종이차트에 오더 내용과 초음파 결과 기록 등을 기입하고 전자차트에 다시 간단한 증상과 오더를 입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민원내용을 확인한 경기도의사회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는 의료법 제80조의2 제2항을 근거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으며,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증상, 혈압, 체온 등을 측정하고 기입하는 차트 기록은 의료법상 문제가 없다고 조언했다. 경기도의사회 의견서를 바탕으로 A씨는 간호조무사의 차트 기록은 불법이 아니라고 맞섰고 이 사안은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문제는 직접 진찰 위반 건이었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처방전을 교부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막막해진 A씨는 다시 한번 경기도의사회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에 도움을 청했고, 2심에서는 경기도의사회 법제이사가 변론을 맡았다.

경기도의사회 법제이사는 “환자가 간호조무사에게 말한 증상을 전달받아 이를 토대로 처방전을 작성한 행위도 환자를 ‘직접 진찰’한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직접 진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대응했다.

특히, “해당 환자는 문진을 통해 진단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진료 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간호조무사를 통해 환자의 증상, 용태를 전달받아 이를 토대로 기존 진료내용을 검토해 증상이 기존 진찰내용과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질염증의 경우 과거 균 검사에서 검출된 균이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종전 균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진단과 처방을 내림으로써 환자를 대면 진료했을 때와 진단의 결과가 달라질 상황은 아닐 정도로 처방전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 여부는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하는 일련의 행위를 하나로 묶어 최종적으로 처방전이 교부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하려다 환자의 항의로 보류한 상황에 대해서도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행위로 봐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설사 A씨의 행위가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음으로써 형법 제2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법제이사는 이 밖에도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하려다 항의를 받아 보류한 상황, 이어서 A씨가 환자를 진료실로 불러 대면 진료를 한 상황, 환자가 진료비를 납부하고 처방전을 교부받아 간 일련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결국 A씨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원심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도 꼬집었다.

경기도의사회의 적극적인 자문과 법률 지원 덕분에 A씨는 최근 2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의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A씨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A씨는 “1심에서 환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며 의료진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컸는데, 경기도의사회 덕분에 정확한 의료법 해석과 공략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를 겪으면서 경기도의사회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와 상담사례집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법 교육의 필요성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전했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땐 경기도의사회 회원민원고충처리센터와 상의하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사회원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의료법 관련 교육 등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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