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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인식을 좌우…'불법 UA'가 가장 적합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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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인식을 좌우…'불법 UA'가 가장 적합한 단어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1.08.10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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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병원계, 진료지원인력‧CPN vs 의협‧의료계, 불법 PA‧UA
복지부, "진료지원인력 1만 명, 전문간호사 2~3천 명 활동 중"

단어가 인식을 좌우한다. 어떤 단어를 쓰느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지만 이미 단어는 그 사안을 개념화하고,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정부, 병원계, 의협(대한의사협회), 의료계가 새로운 직능이 탄생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불법인 의사 보조 인력의 명칭을 놓고 제각각의 지향점에 따라 이름마저 다양하게 붙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지원인력이라고 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Clinical Practice Nurse, 즉 임상전담간호사, 줄여서 CPN이라고 한다. 의협은 불법 Physician Assistant, 즉 불법 진료보조인력, 줄여서 불법 PA라고 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불법 Unlicensed Assistant, 즉 불법 무면허 보조인력, 줄여서 불법 UA라고 한다. 경기메디뉴스는 의료법 등을 근간으로 어느 명칭이 가장 근접한 명칭인지 따져보았다. [편집자 주]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법 캡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법 캡처

의료법 제2조는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임무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대형병원 및 3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법상 의사의 업무인 수술, 초음파 진단 검사, 병동 환자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 등은 불법이다.

그런데 정부, 병원계는 9월 공청회, 병원 내부 규정의 개정 등 꼼수를 통해서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5월 중순 경 먼저 총대를 멘 서울대병원은 그간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오던 ‘PA’라는 단어가 주는 반감을 감안해 임상전담간호사(Clinical Practice Nurse), 즉 'CPN'이라는 용어로 대체키로 했다고 의학전문기자를 통해 기사화했다.

CPN이라는 용어는 의료법 상 적절치 않다. 임상은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학이다.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진료 과목이 있다. 환자를 직접 대하여 진단과 치료를 하는 의사를 '임상의'라고 한다. 간호사는 임상의를 보조하게 되어 있다. 

2021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 보건의료노조 현장 좌담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21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 보건의료노조 현장 좌담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앞서 지난 5월 1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불법 의료행위 문제를 제기하는 현장 좌담회에 참석한 C 간호사는 "우리는 전산이나 기록, 차트 어디에도 남지 않는 사람이다. 병원이 기록을 남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병원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일을 시키기 위해 법을 피하고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과 PA로 근무하는 A 간호사는 집도의가 바빠 수술실에 늦게 들어올 경우 집도의가 오기 전까지 대신 수술을 집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며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네가 거기 있으니 네가 좀 해라’ 지시해 충수돌기(맹장), 담낭, 위장 절제까지 하곤 했다”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가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 중 '진료지원인력'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지난 8월 4일 보도참고자료에서 밝혔다. 한술 더 떠서 공청회에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안을 마련하여 의료소비자, 의료공급자,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국가 기관이 의료법에도 없는 진료지원인력이라고 명명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의료법에 따라 최소한 진료보조인력이라고 해야 옳다. 의료법 제2조는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임무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감상으로도 수동적인 보조가 능동적인 지원보다는 의료법에 적합한 단어다.

최근 의협은 복지부의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면서 "불법 PA는 우리나라 면허제도의 근간 훼손, 불법 의료인의 합법적 양성화, 직역 간 갈등 초래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해 의료계 혼란을 초래하고 나아가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 자명하다"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PA 앞에 불법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의사의 업무인 수술 등을 하는 간호사 등은 의료법 상 보조를 넘어섰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으로 '불법 PA'는 현재 이슈가 되는 사안에 적합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의협은 그간 의사의 업무인 수술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불법 PA라며 반대해  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복지부가 지난 7월 29일 '이용자중심 의료혁신협의체' 회의에서 9월 중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입장문을 내면서 불법 U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대형병원 및 3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법상 의사의 업무인 수술, 초음파 진단 검사, 병동 환자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불법적으로 수행해 온 무면허 보조인력(Unlicensed Assistant)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는 의료법 상 인정 되지만 간호사의  의료행위가 수술 등으로까지 면허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무면허라고 하면서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불법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 것이다.

현행 의료법을 근간으로 보면 최근 이슈가 되는 간호사의 수술, 초음파 진단 검사, 병동 환자 치료 등의 의료행위는 면허 없이 행하는 불법이기 때문에 '불법 UA'가 가장 근접한 단어로 풀이된다.

그간  병원의사협의회는 불법 UA들의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고자 3차 대형병원들을 고발하여 관련자들을 처벌받게 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신고센터를 통해 제보받은 불법 의료행위를 복지부에 알려 행정처분을 요구하였으며, 불법 UA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수사기관 자문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진료지원인력은 현재 1만 명, 전문간호사는 2~3천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전문간호사는 의료법 78조에 규정이 있다. 그분들은 일단 실무 경력 3년 이상이고, 석사 학위를 따시고, 보건복지부 자격시험까지 보시고, 저희가 자격을 인정해 드리는 분들이다. 13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활동하는 분들은 2천 명에서 3천 명 정도로 추산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진료지원인력이라고 하면 저희가 별도의 자격을 인정해 드린 건 아니고, 의료 현장에서 그냥 의사를 보조해서 간호사가 될 수도 있고, 전문간호사가 될 수도 있고, 그 외 다른 직역이 될 수도 있다. 이분들은 지금 추산을 1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문간호사가 진료지원인력에 포함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진료지원인력에는 지금 조사한 거에 따르면 의료기사, 응급구조사도 포함될 수 있고, 이분들은 거의 일부고 대부분이 간호사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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