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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간호사 개정안 살펴보니 UA 합법화 위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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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간호사 개정안 살펴보니 UA 합법화 위한 수순?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8.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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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 문제점 분석
모호한 업무 범위, 의료인 면허 범위 침범, 부실 교육 우려 등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을 담은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전문간호사 제도가 UA 합법화의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한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지정 및 평가 등 질 관리 업무를 전문성을 가진 관계 기관에 위탁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2월 구성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병원협회, 공익위원 등 참여)를 통해 3차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번 개정안 내용 중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다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부당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이번 개정안이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배경에는 지난 6월 한국전문간호사협회가 UA에 의한 불법 의료 행위 근절 대안으로 ‘전문간호사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일이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당시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에 UA 업무를 추가하면 불법성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제정은 관행적으로 묵인해 온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한국전문간호사협회의 이러한 주장은 전문간호사 제도를 UA 합법화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불법 UA 의료 행위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간호계마저도 제대로 된 문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료법의 하위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에는 의료법을 벗어나거나 해석에 따라 판단이 모호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개 전문간호사 분야의 기본 업무를 정의한 부분에서 보건, 정신, 산업, 노인 분야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명시돼 있지만, 다른 9개 분야에서는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이라는 문구가 빠진 것.

이에 대해 병의협은 “가정 전문간호사나 감염관리 전문간호사의 경우 업무 특성상 이러한 문구가 빠져 있는 것이 이해되지만, 나머지 마취, 정신, 응급, 중환자, 호스피스, 임상, 아동 전문간호사의 경우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 하에서 업무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그러한 내용이 빠져있다”면서 “‘지도’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행위만 있으면, 전문간호사가 해당 분야에서 어떠한 활동을 해도 무방하다고 해석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안에서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해, 기존 의료법에서 정의한 ‘진료의 보조’보다 훨씬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도 UA 불법 의료 행위의 합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응급 전문간호사가 응급 시술을 가능하도록 한 것 역시 환자안전 측면이나 의료인 면허 범위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서는 응급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 시술·처치·관리, 그 밖의 응급전문 간호에 필요한 업무’로 기술해 놓았다.

병의협은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 전문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지도만 있다면 필요한 어떠한 업무도 할 수 있으며, 그 업무 내용 중에 응급 시술이 포함된 것”이라고 요약해 말했다. 일반적으로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응급 시술은 기관 삽관, 흉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복수 및 흉수 천자, 기관절개술, 지혈을 목적으로 한 창상 봉합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면서도 침습적인 의료 행위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병의협은 “지금도 초음파실에 의사가 상주만 하고 있으면, 방사선사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초음파가 이뤄져도 ‘지도’가 이뤄졌다고 보는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응급실에 의사가 한 명 상주하고만 있으면 ‘지도’가 이뤄졌다고 보고 다수의 전문간호사가 응급 시술을 시행해도 불법이 아니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합법적인 의료 행위 여부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해석, 법적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 등으로 인한 법적 분쟁 증가와 의료인 면허 범위의 혼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병의협은 “의료법상 전문간호사도 간호사이므로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인 ‘진료의 보조’ 역할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이번 개정안의 응급 시술 허용 등은 상위법인 의료법과 충돌하는 내용으로, 법의 정당성 논란과 함께 의료인 면허체계의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전문간호사 실무경력 인정기준과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지정기준 등도 포함됐는데, 필요한 교수요원 인원과 실습 협약 기관의 조건만 명시됐을 뿐, 구체적인 전문간호사 교육과정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 점도 문제 삼았다.

병의협은 “일부 간호대학의 부실 교육 논란까지 있는 상황에서 아직 표준화된 교육과정조차 마련되지 않은 전문간호사 제도를 성급하게 시행하면 부실 교육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환자 치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실무 능력을 좌우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의 부실은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병의협은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파생된 불법 UA 의료 행위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무리한 합법화를 시도하는 정부와 병원계, 간호계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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