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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아닌데 의료인에게 출생신고 행정업무까지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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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아닌데 의료인에게 출생신고 행정업무까지 떠넘겨?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6.3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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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협, 의료기관 출생신고 의무화 관련 법률 개정안 반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지난 6월 21일 법무부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하자 의료계가 불필요한 중복 행정업무만을 부담시키는 행정편의적·비현실적 법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에서 국가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고, 국가기관은 통보된 출생정보와 실제 출생신고 내역을 대조해 누락된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2019년 ‘포용 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부모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출생신고 시스템을 개선해 모든 출생 아동을 등록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로 병·의원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 통보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를 비롯해 의료계는 해당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해당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른 것.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는 “행정 편의적인 법률안 입법예고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면서 “의료기관은 의료인들이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곳으로 나라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도, 공무원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행정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공무원법에 반하며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 대개협의 주장.

대개협은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많은 개인정보를 다뤄야 하는데 이를 다룰 명분도 자격도 없으며, 나아가 출생 당시 의료인이 이러한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도 없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체류자나 무국적자, 외국인, 미혼모 등이 아이를 출생한 경우, 의사는 산모가 알려준 출생신고 관련 정보만을 다루게 될 것이며,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 정확한 신고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알고 있듯이 산부인과 병·의원은 모든 출생 사실을 한 달에 한 번씩 청구과정을 통해 심평원에 보고하고 있어 이미 자료를 다 갖고 있으면서도 산부인과 등 병·의원에 중복 자료를 요구하며 일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기존 자료를 잘 활용했다면 이미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 아동들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개협은 ‘출생 7일 이내 심평원 보고’와 ‘14일 내 시·읍·면장 보고’ 부분도 지적했다. 대개협은 “병·의원이 동사무소 등 나라의 일을 하는 행정기관도 아닌데 의료인들이 환자 진료를 뒤로하고 출생신고에 몰두해 출산 7일, 14일을 세고 있도록 만드는 탁상행정의 대표적 발상”이라며 “의료인들이 본연의 소임을 뒤로하고 법안이 요구하는 출생 7일, 14일이라는 급박한 보고 기한에 연연하게 하는 것에 대해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단지 손쉬운 행정을 위한 불필요한 제도의 도입은 결국 열악한 병·의원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출생신고를 전담할 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생신고 대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및 착오에 대한 책임은 물론 환자 진료의 방해 및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문제는 의료기관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개협은 “의료기관 고유의 역할을 무시하고, 이미 출생신고 자료가 매달 심평원에 보고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중복 행정업무만을 부담시키는 행정편의적·비현실적 법률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 법안으로 인한 출생신고 대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및 착오에 대한 책임, 인력 충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 진료 방해 등 고유 업무 차질 등으로 인한 위험성 야기 및 이에 대한 책임 또한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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