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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의학의 영역 확장을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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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의학의 영역 확장을 우려하며
  • 경기메디뉴스
  • 승인 2021.06.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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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근 경기도의사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오상근 위원장
오상근 위원장

흔히 의학을 양의학과 한의학으로 분류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료인이 아닌 자는 물론이고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대부분도 그렇게 정의함에 의의를 달지 않을 겁니다.
일단 양의학과 양의사보다는 현대의학, 의사라는 용어가 올바른 표현이며 각자 배우고 법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 진료를 해도 국민건강에 우려스러운 일이 많은데 조금씩 영역침범을 하면서 각종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엑스레이나 초음파, CT 같은 의과의료기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스테로이드 같은 의과전문의약품을 불법적으로 사용하여 적발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의사들에게 정책적으로 유리하게 밀어주고 합법화를 병행하면서 그들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혈액검사도 과거에 보건복지부에서 의료법에 저촉된다고 했으나 2014년 3월에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다시 내리고 2020년 10월부터는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 월경통 등 3개 질환에 대해 첩약급여화가 시행되었습니다.
첩약급여화는 탕전실에서 조제된 첩약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성분과 원산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단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치매관리법을 입법예고하여 한의사들이 단독으로 치매병원을 개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6월 14일에는 경혈을 두드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는 ‘경혈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한방 비급여행위로 등재했습니다.

진료영역에 비해 많은 한의사들이 배출되었고 홍삼 등 건강식품시장의 확대로 보약처방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영역확대는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그렇다고 과학 하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는 논리들이 난무하고 논문의 형식만을 빌어 부실한 연구로 끼워 맞추기식의 이론 정립으로 인해 막대한 재정투입과 환자들의 진단 지연 등의 악영향을 지켜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한방난임 사업입니다.
많은 지자체에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얻은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일단 시범사업에 참여한 대상자도 적어 어떤 지자체는 결과를 평가할 수조차 없다는 보고서를 낸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시험관시술 등을 통해 임신한 결과는 한달 기준으로, 한방난임 프로그램으로 임신한 결과는 7개월을 기준으로 설정해 억지로 만든 비슷한 성공률의 엉터리 결과물로 사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의사들의 영역을 넓혀 보려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오래전에 제가 분만실을 운영할 때 산모가 퇴원하면서 병원비의 두배가 넘는 금액의 한약을 옆 한의원에서 조제 받아 들고 갈 때 자괴감과 함께 효과의 유무를 떠나 인식의 무서움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 본인도 의사가 된 후에도 부모님이 해주신 한약을 여러 번 복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정성과 건강을 위해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몸에 좋은 것들로 잘 아는 곳에서 비싸게 조제했다고 해서 부모님께 감사하며 먹었지만 그 내용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먹었는데 이런 경험은 많은 동료의사들도 경험한 일이라고 추측해봅니다.
이런 일은 개인의 추억만으로 남을 수는 없으며 전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로서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의협에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가 있습니다.
각종 법안 제정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논의하여 그들의 허구성을 학문적으로 검토하는 기구입니다.
경기도의사회도 한특위를 운영 중입니다.
주위에서 한방진료 후의 부작용, 불법진료 등을 접하시면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이비인후과 장비 등을 구입하여 홈페이지에 광고한다든지 색맹, 색약을 치료한다든지 초음파로 진단에 참고하는 등의 불법적인 진료행태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검토 후 다수가 고발조치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적인 근거를 갖추지 않고 계속적인 영역확대를 꾀할 것입니다.
이는 넓게는 국민보건에 위해하고 좁게는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우리의 진료영역을 침범당할 것입니다.
한특위에 많은 의사동료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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