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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내부 기류] CCTV, 의료 노동자 ‘인권’도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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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내부 기류] CCTV, 의료 노동자 ‘인권’도 생각을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1.06.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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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점차 의료 노동자로 변화하는 시대…수술실 의사, 간호사, 청소원의 인권은
© 경기도

국회 CCTV 법안 심사가 7월로 미루어진 가운데 최근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료 노동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CCTV 반대 명분으로 '자정'을 강조했는데 다음번에는 '인권'도 강조하자는 제안이다.

의협은 지난 6월 2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최근 발생한 대리수술 문제와 관련해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대안 제시’를 주제로 기자 회견을 가졌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대리수술 근절을 비롯한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척결을 위해서는 'CCTV가 보고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겁을 주거나, 사고 발생 후 CCTV와 같은 증거를 찾아 처벌하거나 소송하는 것보다는 의료계의 보다 강력한 자정 활동으로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의료계 A 인사는 의협의 편향된 대응을 지적하면서 의료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 자정 활동 최선. 이런 주장으로 만들어지는 전평제 등은 옥상옥 규제로 회원들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의료계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찬반 각론 이전에, 극히 일부의 일탈, 범죄를 빌미로 모든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성범죄자 전자발찌 채우듯이 모든 동선을 기록하고 감시, 처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의사들이 전문가로서의 자율권과 존중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타협이랍시고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B 인사는 “CCTV가 인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 세상에 어떤 직업이 CCTV로 감시받으면서 종사하고자 하겠나? 기자에게도 ‘CCTV로 감시받으면서 일하고 싶냐?’라고 반문했다”라고 언급했다.

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의사 간호사 등 수술실에서 일하는 의료 노동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기획정책이사는 병원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의료 노동자인, 봉직 의사 입장에서 CCTV에 반대했다.

정 이사는 “의료 노동자로서 의료행위를 하는 곳을 촬영 당한다는 것은 부담된다. 인권적 측면에서 내가 하는 행동 중에 남에게 보이기 싫은 행동도, 혼자 있을 때, 그런 행위 자체도 남들이 볼 수 있다”라고 부담스러워 했다.

정 이사는 “의사 노동자 인권 침해는 당연히 말도 안 되고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의료 노동자의 인권이 침해된다. 간호사, 청소하는 분의 인권까지 다 침범되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인권이다. 옷을 안 입고 있는 사람이 환자다. 수술에서 모든 게 드러나는데 CCTV에 다 담긴다. 유명인 CCTV가 유포되면 사회적 문제가 될 거다”라고 우려했다.

의료정책연구소도 최근 발간한 '한국적 ‘의권(醫權)’ 개념의 분석과 발전 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의료 노동자를 언급했다.

이 보고서에서 "2015년에 들어서는 의료인에서 환자로 권익의 무게 이동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반대와 의사가 점차 의료 노동자로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봉직의 처우 개선 특별법 관계로 의권에 대한 기사가 증가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다양한 조사와 연구로 확인한 거는 CCTV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환자뿐 아니라 근로자로서 의사, 간호사 등 수술실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이런 걸 생각 못 하면 우리나라는 인권 후진국이다”라고 말했다.

우 소장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한국적 인권이 어디 있나. 국가의 위상에도 맞지 않다. 세계인권선언에도 있다. 나의 인권을 주장하기 위해 타인의 인권을 짓밟지 말라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글로벌 수준에서 대단히 문제가 있다. 국제 사회에 알려지면 국가가 망신당할 내용이다. 유엔인권위원회, 세계인권선언 등 자료를 보면 인권적으로 문제가 될 거다”라고 거듭 우려했다. 

한편 세계의사회(WMA)는 지난 6월 18일 한국의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에 대해 의사를 겁박 감시하려 한다는 우려의 뜻을 전했다. 

세계의사회는 의협에 전달한 서한에서 “한국의 입법자들이 의사들을 겁박하거나 감시하는 억압적 프레임 대신 프라이버시와 의무를 존중하고 전문성과 윤리적 행위들을 키워나가는 자유사회의 정신을 존중하기를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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