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감시당하는 수술실, ‘인권 침해’에 방어적 대처로 ‘건강권’ 침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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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감시당하는 수술실, ‘인권 침해’에 방어적 대처로 ‘건강권’ 침해까지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6.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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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단체 성명 발표 잇달아… “입법 중단하고 대안 위해 함께 고민해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최근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수술 의혹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이슈가 재점화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입법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각각 성명을 내고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법안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을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리인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을 막고 의료사고 발생 시 증거 보존 등을 위해서라면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에 따른 부수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입법 추진을 강행할 경우 의사와 환자 간 분쟁은 물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환자의 치료와 안전이 최상으로 유지돼야 하는 수술실에서의 CCTV 설치·운영은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두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능동적·적극적이어야 할 수술이 방어적·소극적 대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곧 의료 행위의 질적 저하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공통으로 주장했다.

또한,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해석했다. 협의회와 병의협, 대전협은 “환자가 최고의 의료를 제공받고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듯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 또한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최근 벌어진 대리수술 논란에 사죄하며 이에 대한 강력 대응 조치로 인천과 광주 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의혹 관련자들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대표원장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엄중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 의료인이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 등 무자격자를 수술에 참여시키거나, 이들에게 의사 대신 수술을 하도록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과 엄격한 자정 활동으로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부풀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확대·재생산하고 일반화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게 된다면, 이는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관계 구축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에게 예상 가능한 합병증·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나 정상적인 치료에 대해서도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촬영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등 의료분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과 병의협, 대전협은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사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와 환자의 개인 의료 정보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봤다. 이들 단체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될 경우, CCTV를 관리하는 운영자·기술자·수리기사 등 해당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다”며 “의료기관에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해당 영상정보의 유출 가능성이 존재함에 따라 환자의 비밀 또한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환부 등 신체가 노출된 영상이 악성 해커 등에 의해 유출될 경우에 따른 문제도 제기했다. 특히 대전협은 “실제로 지난 2014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촬영된 수술 전 나체 사진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며 “병·의원이 수술실 영상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치가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실 영상 유출로 인한 파장은 화장실 몰카를 능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모든 의료기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돼 결국 국민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과 수술할 때마다 감시당한다는 부담감은 외과계열 전공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공의들의 수술 참여마저 무자격자에 의한 것으로 곡해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대전협은 “전공의의 임산부 분만 과정 참여를 거부당하는 것이 현실인데 수술실 CCTV라는 또 다른 규제는 전공의의 수술 참여 자체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곧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로서 갖춰야 할 숙련도 저하로 이어져 수술을 다루는 필수의료가 더욱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의료단체들은 더 나은 대안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하겠다면서 국회를 향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추진을 즉각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대전협은 의료진 간 대화를 포함해 수술 기구의 움직임, 환자 혈압, 체온, 심박동수 등을 기록하는 ‘수술실 장비 블랙박스’의 도입과 함께 수술기록부 및 수술실 출입 기록 등에 대한 관계 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 수술실 출입 시 의료진의 생체정보 인식 등을 통한 비의료인의 출입 통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의협은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이어가자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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