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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2016, 실패한 정책 답습하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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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2016, 실패한 정책 답습하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6.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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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의료에 공공보건의료 개념 씌워 관치 의료화… 정책 근거 데이터는 오류투성이
바의연,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의 문제점 분석 자료 발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전체 의료 분야로 확대해 관치 의료를 강화하고, 민간 의료의 성과마저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려는 꼼수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번 정책의 근거가 된 연구 데이터에서 오류가 다수 발견돼 정책의 실효성마저 의심되는 상황이다.

■ 민간에 공공보건의료 개념 얹고 성과 빼앗기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15일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의 문제점 분석’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바의연은 정부가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전체 의료 분야로 확대해 관치 의료를 강화하고, 민간 의료의 성과마저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서두에 공공보건의료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필수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①응급·외상·심뇌혈관·암 등 중증의료 ②산모·신생아·어린이 의료 ③재활 ④지역사회 건강 관리(만성질환, 정신, 장애인 등) ⑤감염 및 환자 안전 등을 들었다.

이에 바의연은 “정부는 공공보건의료가 마치 필수의료 영역만 해당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예시로 든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용 등 일부 비급여 의료 행위를 제외한 의료 전 분야를 지칭한다”며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대로라면, 국내에서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대부분은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공공보건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비록 당연지정제로 인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의료기관이 실질적인 공공의료 서비스도 제공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공공의료와 민간 의료의 용어 구분은 확실히 하면서 민간에서 공공의료를 돕고 있다는 포지션을 유지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일부 미용 전문 의료기관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거의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보건의료 수행 의료기관이 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 통제와 보건복지부의 행정적 통제라는 이중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9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인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의 사유재산을 강제로 수탈하려는 의도가 내재된 위헌적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도 일침을 가했다.

■ 구조 개혁 고민 없이 무작정 몸집 불리기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 불필요한 지방의료원 신·증축 및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신축에만 대부분의 재원을 쏟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4조 7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①지역 공공병원 신·증축, 응급·심뇌혈관질환 등 필수의료 제공 체계 확충 2조 3191억 원 ②국립중앙의료원 이전·신축, 지역 공공병원 시설·장비 보강 등 공공보건의료 역량 강화 2조 1995억 원 ③책임의료기관 확대·운영 등 공공보건의료 제도 기반 강화 1366억 원이다.

바의연은 “재정의 대부분이 지방의료원 신·증축 및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신축과 같은 공공병원 확충에 집중됐다”며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공공의료 컨트롤타워로 운영하겠다며 이전·신축을 계획하는데 국립중앙의료원을 더 키우고 병상을 더 늘린다고 해서 전국의 감염병 및 특수 질환자들을 다 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은 현재의 일반 진료 영역을 과감히 줄이고, 감염병 및 특수 질환의 연구와 공공의료 정책 개발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구조 개혁을 통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생각을 하는 것이 합당한데, 정부는 일단 병원 규모만 더 크게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혈세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을 적자 낳는 애물단지로 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방의료원 신축·이전에 대해서도 바의연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의연은 “3차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종합병원을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서부산, 대전, 진주와 같은 곳에 단순히 공공병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방의료원을 신설하고, 이미 많은 민간의료기관이 촘촘하게 의료 이용망을 구축하고 있는 지방 소도시에 과연 지방의료원 신·증축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까지 해가면서 공공병원을 지으려는 것은 공공병원 신축 지역 선정 자체가 현실적인 필요성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닌, 정부와 일부 정치인의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지방의료원도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개혁 없이 지방의료원만 늘리면, 경영 압박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들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지방의 민간의료기관들과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방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지방의 의료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책 수립 바탕 자료는 심각한 오류 있어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료 불균형 관련 지표 등 자료의 신뢰성 문제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별 필수의료 보장 강화와 지역 공공의료 기관 확대의 명분으로 지역별 의료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과 비도심 지역의 건강 관련 지표들을 비교하면서, 지역별로 의료 불균형이 심각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별 불균형 예시 자료의 대부분을 서울대학교 김윤 교수가 수행했던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 및 이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진 후속 연구들에서 발췌했다. 그러나 바의연은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 자체가 신뢰할 수 없는 오류투성이 연구라고 주장했다.

바의연은 “지난 2019년 1월,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의 문제점 분석 및 관련 의료정책들의 오류’라는 제목으로 해당 연구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히면서 “이 연구용역 보고서 본문의 첫 번째 장이 바로 ‘의료이용지도 연구는 분석에 이용한 데이터부터 오류투성이이며, 분석 과정에서도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라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바의연은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통계는 신뢰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문제와 분석에 사용된 ‘입원 에피소드와 사망 에피소드’라는 개념이 동일 환자에서 중복 데이터가 다수 발생할 수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도심과 비도심 지역의 극명히 다른 연령대 차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지역을 이동해 발생한 에피소드를 통계 분석에서 제외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중증질환자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도 사망 통계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바의연은 “보건복지부가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추진하면서 가장 큰 명분으로 삼은 지역별 의료 불균형은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못한 상태로 볼 수 있다”며 “애초에 지역별 의료격차나 진료권 설정 등 정책 전제 조건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료정책은 실효성이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 당사자들조차 원치 않은 꼼수 인력수급 정책

실효성 없는 의료인력수급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부족한 지방의 간호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간호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의연은 “지역의사제나 지역간호사제는 효용성이 낮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요소가 있어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방의료원의 원활한 의사 인력 수급을 위해 지방의료원 파견 근무를 의무적으로 하는 공공임상교수 도입에 대해서도 “공공임상교수는 국립대병원에서 임용만 하고, 실제로는 지방의료원에서 파견 근무만 해 실질적으로는 지방의료원 봉직의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립대 교수라는 명예를 팔아서 이름만 교수인 지방의료원 봉직의사들을 손쉽게 모집하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바의연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의료가 전체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했을 때, 공공의료기관 수(5.5%→5.1%), 병상 수(9.2%→8.9%), 의사인력 수(11.2%→10.7%) 모두 오히려 감소해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개혁적이고, 실효성 높은 내용이 포함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며 관치 의료를 강화하면서 부작용만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계획은 지역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공의료와 필수의료를 강화할 대책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바의연은 “정부는 정책의 문제점들을 받아들여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수정하고,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위해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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