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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4개 단체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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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4개 단체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5.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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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안·의료기관 행정 부담 고려 안 한 졸속 행정 지적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 ⓒ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 4개 단체가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을 다시 생각해달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공개 대상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 5464곳으로 늘어나고,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에서 올해는 616개로 늘어난다.

정부의 법령 개정 사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자료를 미제출하거나 거짓 보고한 의료기관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의료 4개 단체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 4개 단체는 “비급여 진료는 공과(功過)가 있다”면서 “현재 비급여 진료에 대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라는 측면이 유난히 부각되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가 과거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하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진료비가 일정한 공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하게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만을 추진한다면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 4개 단체는 비급여 진료비가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제로도 일부 작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은 진료를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보험에 의해 보장되는 급여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어서 국민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의료 4개 단체는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가 비급여에 대해 과(過)만을 부각해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취한다면 이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련 법령 개정 당시 비급여 의무 신고 제도 강행으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 부담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점도 꼬집었다. 의료 4개 단체는 “환자 중 일부는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 예민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정부의 방침대로 모든 비급여 진료비용을 상세히 수록한 비급여 코드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시간 보고하게 되면 국가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진료를 받았는지 훤히 알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환자 입장에서 매우 두렵고도 염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행여나 이처럼 예민한 자료가 외부에 유출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정부를 향해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료 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건강보험 재정 소요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해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 협의를 거쳐 일정 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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