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낯선 이에게서 익숙한 사건의 냄새가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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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낯선 이에게서 익숙한 사건의 냄새가 느껴질 때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4.2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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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사칭’과 ‘위조’ 사태를 바라보며
대한개원의협의회에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김세헌 명의로 발송된 공문과 붙임으로 첨부한 당선증.
대한개원의협의회에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김세헌 명의로 발송된 공문과 붙임으로 첨부한 당선증.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쩌면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는 일. 그런데, 처음 벌어지는 이 상황이 왠지 낯설지 않다. 묘한 기시감을 곱씹다 보면 누군가가 판박이처럼 오버랩된다. 뭐지, 이 상황?

지난 4월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 앞으로 한 통의 공문이 날아들었다. “2021년 4월 21일 시행된 제13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선거에서 김세헌 후보가 당선돼 임기가 시작됐으니 2021년 4월 25일 열리는 제73차 의협 대의원총회에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시행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공문 말미에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김세헌’이라는 직함과 성명 그리고 직인까지 분명히 찍혀있다.

같은 날,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급한 당선증도 함께 첨부했다. “위 후보자(김세헌)가 제21차 정기대의원총회 제13대 임원선거에서 회장선거에 단독 입후보하여 대의원회 찬반투표를 통하여 제13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으로 당선되었음을 확인합니다.”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하마터면 곧이곧대로 믿을 뻔했다. 그런데 몰랐던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세헌 회원이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한 것은 사실이나, 제13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아직 선출조차 되지 않았던 것. 

제13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2021년 4월 24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제21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었다. 회장을 뽑지도 않았는데 새 회장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나타났으니 이 어찌 신기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개협에 발송한 공문과 당선증에 기재된 4월 22일 당시에는 회장 후보자 신분이었을 그가 자신을 제13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이라고 밝히며 공문과 당선증까지 만들어 보내는 실행력(?) 넘치는 모습에 의료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회원직선제가 원칙이나, 단독 후보일 경우 대의원총회 인준을 거쳐 임명하도록 한다. 어차피 단독 후보이니 뚜껑을 열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나 그건 그의 오만한 착각에 불과했다. 그는 4월 24일 열린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회장이 되지 못했고, ‘상식’을 파괴하고 ‘공정’을 무시한 그의 선 넘는 행위에 대해 대개협과 가정의학과 회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칭’과 ‘위조’를 감행한 그의 행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왜 2021년 4월 24일 오후 6시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일까? 왜 그렇게도 서둘러서 무리하게 ‘사칭’과 ‘위조’로 논란이 될 행위를 감행해야 했던 것일까?

답은 이미 공문에 담겨 있었다. “제73차 의협 대의원총회에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시행해달라.” 4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기 위해 4월 24일 이전에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의협 대의원 자격을 얻기 위해 대개협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를 속이고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법적 대응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는 그간 대한의사협회나 경기도의사회를 상대로 정관, 회칙, 원칙 및 대의원 자격을 엄격히 주장하고, 의협 및 경기도의사회 대의원 선출 절차가 무효라는 무효확인소송을 반복해 온 인물이어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기한 일은 또 있다. 이번 사안이 현재 진행 중인 경기도의사회 회장선거 무효소송 과정에서 쟁점인 변성윤 후보의 평택시의사회장 당선증 위조 제출 논란과도 판박이처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세헌 회원은 경기도의사회 회장선거와 소송 과정에서 변성윤 후보 측 변호사와 동행하며 법정에 참석하고 있다. 반복되는 당선증 위조 논란이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 회원들의 의구심과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세헌 회원의 칼럼에서 보았던 인상 깊은 구절들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본다.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을 상식이라고 한다. 반대로 상식이 없는 것을 몰상식이라 하고 몰지각하다 혹은 무식하다라고 표현한다. / 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름, 다른 말로 공명정대라고도 한다. / 회원은 뒷전이다. 그저 자리보전이 그들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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