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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무산된 보험 관련 법안의 ‘수상한’ 재등장, 정말 국민 위한 것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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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무산된 보험 관련 법안의 ‘수상한’ 재등장, 정말 국민 위한 것 맞나?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4.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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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보험업법 개정안 조목조목 반박 나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반발하는 가운데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가 해당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바의연은 19일 ‘의료기관의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서류 온라인 전송을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의 맹점과 파생될 부작용들을 지적했다.

바의연은 먼저 이번에 발의된 법안과 유사한 법안이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무산된 점을 꼬집었다. 바의연은 “과거 과도한 환자 정보 노출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이익 우려,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 개인의 사적 계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의료기관에 부당한 요구라는 점, 실손보험사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점 등의 이유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 발의 명분인 환자의 보험청구 편의를 위해서라면 보험사별 다양한 보험금 청구 방식의 간소화 및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의연은 “보험금 청구 과정이 복잡해진 이유나 환자들이 실손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불만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를 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보험사별로 보험금 청구 시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고 불필요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급여 진료 외의 모든 의료행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확인하고 있어서 처방전과 영수증 정도만 제출해도 실손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비급여 진료의 경우에도 소액 청구인 경우는 큰 문제가 없으면 추가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방향이 환자 편의 측면에서 합당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보험사별로 요구하는 서류가 표준화되면,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서류 발급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며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실손보험금 청구를 전산화시켜도 청구 관련 업무의 부담과 시간은 줄어들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

보험사들이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경우 보험금 지급 거부를 위한 각종 보험 분쟁에 악용할 것도 우려했다. 바의연은 “보험사들은 수집된 환자 정보를 통해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이를 위해 보험사들은 더 정확하면서 가공하기 쉬운 디지털화 된 데이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험 분쟁이 늘어날 우려가 크고, 이로 인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 대다수가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의연은 “국회에서 국민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민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라며 “국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바의연은 과거 약학정보원 사태를 언급하며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우려했다. 지난 2013년 약학정보원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년간 약국 보험청구 프로그램을 이용해 환자들의 질환 및 의약품 청구 내역 등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이를 다국적 의약정보제공 기업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사건은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 사건 이후로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 정보의 취급에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철저한 보안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바의연은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전자적 형태로 보험금 청구 서류를 보내면 보험사는 이를 위한 전산체계 구축 및 운영과 관련한 사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개인정보인 환자의 의료 정보가 환자의 사전 동의도 없이 의료기관이나 보험사가 아닌 제3의 기관으로 전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설사 환자가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개인과 보험사가 맺은 사적 계약의 편의를 위해 계약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의료기관에 온라인 자료 전송을 의무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바의연은 “실손보험은 보험 소비자 개인과 보험사 간의 사적 계약이고, 이 계약 관계에는 국가나 의료기관이 개입할 여지나 권한이 전혀 없다”면서 “그런데도 의료기관의 자료 전송 업무를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나 수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3자에 불과한 의료기관들에게 국가가 개입해 부당하게 추가적인 업무 수행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고,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의료기관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이라며 “국민 편의나 공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정 직역이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나 다름없고, 서비스 제공에 따른 대가나 보상에 대한 언급도 없는 것은 공익을 앞세운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는 결국 단일 공보험 시스템의 한계점을 드러내고, 장기적으로 다 보험자 경쟁 체제로의 보험 체계 전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의연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을 보면 단일 공보험 체제의 한계점을 이미 국회에서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에서 나서서 개정안까지 발의해 가면서 실손보험사들의 이익을 챙겨주고, 간접적으로 국민의 실손보험 가입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단일 공보험 체제의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 앞에 현재까지 유지해왔던 단일 공보험 체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 보험자 경쟁 체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험 체계를 전환해 지속 가능한 보험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 실패는 감추고, 국민이 자유롭게 가입한 실손보험에까지 국회와 정부가 개입해 국민과 의료기관에 피해를 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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