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권익 보호 내세운 ‘간호법안’, 실제로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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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권익 보호 내세운 ‘간호법안’, 실제로도 그럴까?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1.03.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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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간호 단독법안의 문제점과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 내놔
직역 간 형평성 위배, 의료인 면허체계 혼란… 정치적 이용 우려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최근 국회에서 간호 단독법안(이하 간호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간호법안은 취지와 달리 직역 간 형평성 위배, 의료인 면허체계 혼란 등의 문제와 함께 결과적으로 간호 직역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30일 ‘간호 단독법안의 문제점과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2개의 간호법안(김민석·서정숙 대표발의)과 1개의 간호조산법안(최연숙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그러나 간호법안을 살펴본 바의연은 이번 법안이 간호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보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현재의 의료법은 의료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의무 및 책임과 권한에 대해 ‘의료인’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내용을 명시하고 있고, 업무 특성상 직역별로 분리해 적용해야 할 일부 법령만 세부 직역마다 개별적으로 내용을 명시해 놓고 있다”며 “간호사협회가 그동안 간호법안을 추진했던 이유는 의료인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령의 내용이 간호사들에게는 너무 과하다고 판단했고,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간호법안이 만들어져서 이를 개정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봤을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면서 바의연은 “오히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정부나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특정 직역에 불이익을 가하고 싶어도, 의료인들이 공통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쉽사리 행동할 수 없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었다”며 “간호법안이 통과되면 간호사 및 간호 인력들은 의료법의 간섭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의료법의 보호는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정부나 국회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법 개정을 통해 간호 직역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발의된 간호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발의된 간호법안 3개 중 2개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시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면허를 내줄 때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무에 종사할 것을 면허의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바의연은 “이는 초임 간호사들에게 일할 지역이나 분야를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간호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듯 간호법안 곳곳에 정부나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간호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법령들이 숨어 있다”며 “과연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이러한 위험성까지 모두 인지하고 간호사협회가 추진하는 간호법안 제정을 찬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간호법안이 의료인의 직역 간 업무 형평성을 해치고 의료 시스템의 왜곡 및 면허체계의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점도 지적했다. 여야에서 발의한 3개의 간호 관련 법안에는 공통적으로 ‘간호사가 아니면 누구든지 간호업무를 할 수 없으며, 간호사도 면허된 것 외의 간호업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았다. 바의연은 “기존 의료법에도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에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기존 의료법에서 의료인을 간호사로만 바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업무 범위 항목을 보면 기존 의료법과는 상이한 부분이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료법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항목 중 두 번째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해 놓았으나,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안에는 간호사 업무 항목의 두 번째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했다. 바의연은 “기존 의료법에는 의료인들이 면허된 것 이외에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에 직역 간 업무의 배타적 독립성이 유지되고 있지만, 간호업무의 경우 그 범위가 매우 넓고 모호해 해석에 따라 의료인 간 면허의 경계가 허물어져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진료의 보조’로 명시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안에서는 ‘진료의 보조’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간호사가 아니면 간호업무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해 앞으로 의료인 간 면허 범위 관련 분쟁이 잦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문구가 불법PA 의료행위 합법화의 명분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바의연은 “기존에는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로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간호사 직접 처방이나 침습적 시술 그리고 초음파 시술 등의 행위는 ‘보조’ 업무로 볼 수 없어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 대상이었다”며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표현의 등장으로 이제는 의사가 처방하기만 하면 간호사가 침습적 시술이나 수술, 초음파 시술 등을 직접 해도 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로 인해 의료인 간 업무 범위를 엄격히 규정하는 의료법이 무력화되고, 직역별 단독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의료인 면허체계의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력 수급 및 재원 마련 없이 추진되는 강압적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는 결국 공공병원의 부실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안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병동에 간병인 및 보호자 상주를 없애고, 환자 및 보호자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병원 자체적으로 간호 및 간병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의연은 “현재도 대다수 공공병원이 경영 부실과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강압적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는 공공병원의 부실화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법안이 통과된 후에 개정안 발의 등을 통해서 준비되지 않은 민간병원들에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강제하게 되면, 이는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줄 도산 및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더해 국회는 간호법안을 통해 간호사를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법 제정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바의연은 “3개의 간호법안 중 2개의 법안을 보면, 의료인 면허 취소 법안의 핵심인 의료법 제8조와 제65조의 대상 의료인에서 간호사를 제외하고 있다”며 “간호법안들에는 ‘이 법은 간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이라는 문구가 있어 아무리 의료법을 개정해도 의료법이 상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사는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 제안 이유에는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됨’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바의연은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에 의료인 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작 간호법안을 통해 의료인인 간호사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국회가 의료인으로서의 간호사의 직업적 윤리와 책임 의식을 폄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러한 행동은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의 법 제정의 명분을 국회가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간호법안이 현안대로 통과되고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도 통과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나 다른 직역의 의료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바의연은 “진정으로 간호 인력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들의 희생을 보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실효성 없는 간호법안 제정이 아니라 수가 인상 및 수가체계 개선, 효율적인 간호 인력 수급 계획 수립, 의료기관 내 체계적인 간호 교육 및 업무 시스템 정비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간호사협회를 향해서도 “이 정책이 진정으로 간호사 및 간호 인력을 위한 정책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민초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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