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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 심층기획] ③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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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 심층기획] ③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12.11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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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의료계의 길을 찾아서

[글 싣는 순서]
① 일지로 돌아본 ‘코로나19’
② 깨어 있는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집행부, 코로나19 능동 대응
③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확진자 수 6800만 명 이상, 국내에서도 연일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여전히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이제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만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영국은 세계 최초로 일반인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도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하며 백신 접종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백신은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될까?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걸까?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에서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강연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 중 60~70%가량이 면역을 획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면역은 크게 감염 후 획득하는 자연면역과 백신면역으로 나뉘는데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많았던 유럽이나 미국에서 인구집단의 항체 형성률을 분석한 결과,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자연면역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19의 유행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을 올리는 방법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가 백신 개발 및 확보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 유례없는 ‘초스피드’ 백신 개발의 비결은?

신종감염병의 출현은 우리에게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0년 이후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여러 신종감염병이 발생했고 특히, 에볼라는 백신 역사상 최단기간 개발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도 머지않아 코로나19에 의해 다시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해외의 한 저널에서는 앞으로 1년~1년 반 이내에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그러나 그로부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은 12월 중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희진 교수는 “신종감염병의 첫 출현과 유행의 시작, 병원체 규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백신이 출시된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큰 반향을 일으킬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속도전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일까?

정 교수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는 모두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호스트의 호흡기 상피세포에 달라붙어 병인을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항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있어서 부착과정을 막아주면 면역이 생길 것이고 그게 곧 백신”이라면서 “백신으로 인한 면역유도 반응이 이상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계속 실패했지만, 사스와 메르스 백신 개발과정에서 경험한 실패가 코로나19 백신의 빠른 성공의 밑거름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사스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 염기서열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져 이런 부분도 속도 면에서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그동안 준비해왔던 DNA/RNA 백신 플랫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게 된 것도 속도전의 비결로 꼽았다.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 백신계 新 플랫폼, 효율성 뛰어나 주목

세계보건기구(WHO)가 11월 12일 기준으로 작성한 코로나19 백신개발 진행현황에 따르면, 현재 임상 단계에 들어간 백신 후보는 48개, 전임상을 포함하면 212개에 달한다. 정 교수는 “여러 가지 플랫폼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면서 “불활화백신, 생백신, 단백백신, VLP백신과 같은 전통적 백신 플랫폼에서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지닌 형태로 이를 몸 안에 넣어주는 형식이지만, 새 플랫폼은 DNA나 RNA, 아데노바이러스 같은 유전체를 주고 원하는 단백질을 내 몸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에서 단백질이나 병원체를 주입해도 충분히 항체가 생길 수 있지만, 몸 안에서 직접 단백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은 항체뿐 아니라 ‘세포면역’이라고 하는 실제 감염에서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더 업그레이드된 백신 형태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임상 3상까지 들어간 코로나19 백신은 총 11가지로, 불활화 4개, 바이러스 벡터 4개, m-RNA 2개, 단백 1개로 나뉜다. 그렇다면 이 중 몇 개나 최종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정 교수는 3상의 70% 정도가 성공한다는 자료를 근거로, 6~7개 정도는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바이러스 벡터나 m-RNA, DNA 폴랫폼에 대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효율성 측면에서 앞으로 주목받는 백신 플랫폼이 될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백신 플랫폼의 특성에 대한 비교 분석도 이뤄졌다. m-RNA는 주입 후 세포질 안에서 바로 단백질로 전환돼 몸 안에서 쉽게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반면, DNA는 핵(nucleus)까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단순 주입이 어렵고 전기충격 등의 과정이 더해져야 한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 주목받는 백신 후보 효능 비교 분석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회사별 중간발표 결과도 공유했다. 모더나는 자사의 m-RNA 백신을 3만 명에게 투여한 결과, 백신 효과가 94.5%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새로운 플랫폼이라 안전성이 관건인데, 임상시험 과정에서 관찰된 중증 이상반응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여전히 장기적인 혹은 드문 이상반응의 우려는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항체가가 높게 형성되지만, 그 유지력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화이자 역시 자사의 m-RNA 백신을 4만 3500여 명에게 투여한 결과 90% 이상의 백신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정 교수는 “화이자의 백신은 특히 적은 용량군에서도 세포면역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모더나와 마찬가지로 항체가 얼마나 유지될지, 또 장기적으로 이상반응에 대한 관찰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현재 3개 회사에서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아스트라제네카는 2만 3000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한 결과, 1/2도즈에 이어 1도즈를 접종한 군은 90%, 1도즈에 이어 1도즈를 접종한 군은 62%로 평균 70%의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중화항체 형성은 m-RNA 백신보다 낮지만, 세포면역 유도는 아주 우수한 편”이라며 “다만, 절반 용량을 투여한 군에서 백신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 점에 대해서는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백신의 효능 자체는 다소 낮지만, 초저온 보관이 필수인 타 백신과 달리 2~8도의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백신 가격도 80% 이상 저렴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단기간 대량 접종을 필요로 하는 국가 등에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 교수는 강연에서 수 차례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 후보의 효능은 입증이 됐지만, 안전성까지 입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백신에 의한 호흡기질환 악화(vaccine associated enhanced respiratory disease, VAERD)나 항체의존면역증강(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 등 임상시험 중 충분한 확인이 어려웠던 이상반응 등을 앞으로 수년간 잘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2020년 제17차 경기도의사회 온라인학술대회 ‘코로나 백신, 어디까지 왔나’ 강연 화면 캡처

■ 백신은 얼마나 필요할까, 우선순위 접종 대상은?

백신에 대한 신중한 선택만큼 또 하나 고민해야 할 것은 얼마나 확보할지, 또 누구에게 우선 접종할 것인지이다. 전 세계는 백신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10억 명분 이상의 백신을 확보했고 유럽연합(EU)도 15억 명분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백신 확보는 적극적으로, 접종 대상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개발 백신 선구매와 코박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 국내 자체 개발이라는 3트랙으로 백신 확보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이미 임상을 시작한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마치고 허가를 받기까지는 1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박스 퍼실러티는 백신 균등 공급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을 중심으로 마련된 다국가 연합체이다. 코박스 퍼실러티를 통한 백신 확보는 ‘확정구매방식’과 ‘선택구매방식’으로 나뉜다. 확정구매방식은 백신의 선택권이 없고 코박스가 일괄지급한다. 반면, 선택구매방식은 코박스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백신 중 구매할 백신을 선택할 수 있다. 대신 확정구매방식보다 선입금 비용이 비싸다. 우리나라는 선택구매방식으로 코박스 퍼실러티에 가입했고 이를 통해 1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다.

정부는 코박스 퍼실러티를 통한 확보 외에 백신 제조사와 개별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해 전 국민의 60%가 접종받을 수 있도록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8일 당초 계획보다 약 1400만 명분의 백신을 더 확보해 우리나라 국민의 85%에 해당하는 44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백신 확보 물량은 접종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치명률을 낮추고자 한다면 고위험군 위주로 접종을 할 수도 있고, 전파차단이 목표라면 전파력이 높은 집단이나 고위험군과 접촉이 잦은 집단을 중심으로 접종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이 우수하고 안전하다면 국민 모두에게 접종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떤 백신이 성공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라 해외 국가들도 전체 국민 수보다 많은 수량의 백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얼마만큼의 백신을 확보할지는 전파차단을 위한 접종률 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백신의 효과가 80%라고 가정하면 전 국민의 70~80%는 접종을 해야 전파차단이 가능한데 백신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입해와야 하는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동시 접종이 불가능하니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순위 접종자에 대한 고민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자국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의료인,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 만성질환자 순의 우선순위 접종자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우선순위 접종자에 대한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중증질환 발생위험, 의료체계 및 기타 사회기반시설 유지, 취약군 전파 위험, 노출 위험, 적용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전문가들의 결론을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 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할 방안은?

마지막으로, 효과와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고민도 나눴다. 정 교수는 “우선순위 접종자들을 선정하고 그들에게 접종을 권고했을 때 선뜻 접종을 받겠느냐가 중요하다”며 “피접종자들이 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나 실제 백신의 효과를 의심하는 결국은 안전성에 대한 문제인 것. 이에 정 교수는 “국가의 권고안에 따라 백신의 안전성, 유통과정과 효과에 대한 견고한 모니터링 계획을 수립하고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과정을 공개해 백신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백신 이상반응이 있는 사람을 위한 보상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시간 이상반응 근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 및 근거들이 모이면 전략 결정을 재고하기 위한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접종 권고만 하고 백신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백신을 확보하는 공급에 대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독감 인플루엔자 백신 때문에 진통이 많았는데 안전, 효과, 유통과정 등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준비를 하고 국민에게 확신을 주는 소통과정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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