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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탄 돌리기 시작일까, 환골탈태 시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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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탄 돌리기 시작일까, 환골탈태 시동일까?
  • 경기메디뉴스
  • 승인 2020.01.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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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회장의 기사회생, 뒷맛이 찜찜한 이유
“혼란 막기 위한 마지못한 선택”, “최대집 집행부 각성” 의견 다수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다시 회초리 들 것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이 기사회생으로 탄핵을 면했다. 그러나 그간 이뤄진 불합리한 회무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과 갈등 등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봉합하려는 모양새가 찜찜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2월 2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39명 중 204명이 투표해 찬성 82표, 반대 122표로 부결됐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에는 202명이 투표해 찬성 62표, 반대 140표로 부결됐다.

■ 축배 들기엔 부끄러운 승리

결과적으로는 최대집 회장의 승리다. 하지만 현 집행부의 손을 들어준 대의원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결과가 석연치 못하다. 이번 결정은 현 집행부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한 마지못한 선택이며, 최대집 집행부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높기 때문.

특히, 이번 임시총회는 연말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불신임안 상정부터 임시총회 소집까지 약 한 달여 만에 급박하게 진행됐는데도 불구하고 204명의 대의원이 참석했다. 재적대의원 239명 중 85%가 넘는 대의원이 참석한 것. 이는 대의원들이 현 집행부의 회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또한, 회장 불신임 발의 사유에 대한 최대집 회장의 해명도 그간의 의혹과 불신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대집 회장은 대의원회 수임사항 위반 관련, 상대가치위원회 운영규정을 제정하기 위한 작업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박상준 대의원이 제공한 ‘회장 불신임 발의 사유에 대한 최대집 회장의 입장에 대한 사실 확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제71차 정기총회 의결 이후 수차례에 걸친 요청에도 차일피일 미루다 불신임안이 발의된 이후인 지난 12월 13일에야 상임이사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첫 토의가 이뤄졌다. 애초에 대의원회 수임사항을 지킬 의지가 없었고 불신임안 발의 후 면피를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회원들에게 말하지 못할 밀실 논의에선 무슨 이야기 나눴나

한의사협회와 의사면허 통합 밀실 역추진에 대해서도 최대집 회장은 “의학교육 일원화와 기존 면허자는 면허 유지라는 원칙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2018년 8월 31일 의·한·정 협의체 제7차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중재안에 대해 단체별 의견을 확인하기로 했으나 견해차가 있어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니 밀실 역추진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중재안을 살펴보면 ‘면허 제도를 통합하는 의료 일원화는 2030년까지 한다’, ‘기존 면허자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한다’와 같은 내용이 적혀있으며, 이는 최대집 집행부가 지켜왔다고 주장하는 의협의 원칙과 정면 대치하는 내용이다.

또, 최대집 집행부는 해당 합의문을 회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논란을 우려해 대외비로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밀실 추진을 자인하기도 했다. 이후 회원들에게 의·한·정 합의문 밀실 추진 과정과 내용이 공개되자, 뒤늦게 합의문에 대한 거부를 선언했고 이에 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의료일원화 합의문은 최대집 회장이 직접 수정하고 제안했다. 심지어 합의문 초안에는 ‘기존 면허자에 대한 해결방안’이 아니라 ‘면허통합 방안을 논의한다’라고 적혀있었고, 의협이 이를 받아들였다”라고 폭로했으나 최대집 회장은 반박하지 않았다.

박상준 대의원은 ‘회장 불신임 발의 사유에 대한 최대집 회장의 입장에 대한 사실 확인’ 자료를 통해 “한의협의 주장처럼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가 기존 면허자들에 대한 면허통합 방안을 논의하는 데까지 의견 접근을 이뤘고, 이를 감추고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최대집 회장은 의사들을 대표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의협 대의원회 차원에서 면밀하게 조사하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 방문 진료 반대한다더니 몰래 추진… 회장이 긴급하다면 개인정보 유출도 OK

왕진 방문 진료에 대해서도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 태도로 회원들의 불신을 샀다. 최대집 회장은 지난해 10월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재택 의료 활성화 추진 계획 참여 거부를 선언하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77차 상임이사회 보고 자료에서는 “보살핌 선도사업에서 지자체가 비용을 지급하는 방문 진료에는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9월 18일 열린 제68차 상임이사회에는 “중소병원이 방문 진료, 왕진 사업에 참여한다”고 보고했으며, 9월 21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는 “방문 진료, 왕진 사업은 의원급만 시행한다”라며 각기 다른 보고를 해 운영위원회에서 공문을 통해 정식 해명을 요청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박상준 대의원은 “최대집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회원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왕진, 방문 진료를 비밀리에 일방적으로 추진 중이면서도 문제를 지적하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면서 회원들뿐 아니라 대의원회까지 반복적으로 속이려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해명도 개운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최대집 회장은 “회원정보 규정 11조에 따라 협회 회무상 필요한 경우 또는 회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 회원 정보를 이용하거나 제삼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 특히 긴급을 요하거나 기타 필요한 경우 협회 상임이사회 의결절차 없이 회장은 협회가 보유한 회원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박상준 대의원은 “이 사안의 문제는 정체불명 단체의 요구로 그들이 서명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진짜 의사 회원인지를 확인해주었다는 것”이라며 “의협에서 정치적 성향을 수집할 수 있도록 서명에 참여한 의사 회원들이 자발적, 명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므로 그 자체가 의협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약, 해당 정보가 수집 및 제공 가능한 성질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서명운동 종료 이틀 뒤 열릴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최대집 회장 단독 결정으로 회원 정보를 외부로 제공할 만한 긴급한 사안이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제69차 상임이사회 회의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볼 때 서명 인사의 의사 여부 파악을 우리 협회가 나서서 해주는 것은 불합리하다”와 같은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행법을 어기고 상임이사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회원 개인정보를 외부에 제공한 행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 의사 면허권 사수 의지는 있는가

불법 PA의 의사 면허권 침탈 관련 방임 회무에 대해서도 최대집 회장이 해명했으나 쉽게 논란이 사그라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집 회장은 2018년 12월 28일부터 의협,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추천위원으로 이뤄진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운영 중이며, 보건복지부와 진료보조인력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정작 PA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특별위원회에서 배제됐으며, 사실상 PA를 사용하고 용인하려는 입장의 인사를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그 구성부터 불법 PA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는 것이 박상준 대의원의 반박이다. 박상준 대의원은 또, “보건복지부와 구성한 의료인 업무 범위 협의체에도 PA 사용의 당사자인 대학병원 교수가 포함돼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해당 위원회에서 논의했다는 의사-간호사 업무 범위 조정 영역을 보면 의사의 전문 진료 영역 전체를 대상으로 간호사에게 허용할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최대집 회장이 불법 PA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전면 근절하고 소중한 의사의 면허권을 사수할 의지가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지만, 최대집 집행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명명백백 밝히고 풀어야 할 숙제들이 그대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마음으로 뭉쳐야 할 때라며 화합을 핑계로 서둘러 봉합해버린 문제는 머지않아 다시 곪아 터진다.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할 것이다. 바뀌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다시금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최대집 집행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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