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협의회, ”기존 무분별하게 발의했던 의료 악법도 철회를“
“여당은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핑계로 의사들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법으로 금지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무분별하게 발의했던 의료 악법들을 철회하라.”
16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병원의사협의회)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의사를 옥죄는 법안들이 발의되는 것과 관련하여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8월 의료계 단체행동 이후 여당에서는 의료계를 상대로 보복성 악법들을 마구 발의하고 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재난 상황 발생 시 의사 및 의료 인력을 강제로 동원할 수 있게 하는 법(황운하 의원 발의), 북한에 의료 인력 파견을 가능하게 하는 남북 보건의료 교류 협력법(신현영 의원 발의), 대체조제 활성화법(서영석 의원 발의), 의사 면허 취소의 조건을 확대하는 법(강병원 의원 발의), 영구적으로 의사 면허를 취소시키는 법(권칠승 의원 발의) 등은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은 그 이후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의료 악법을 발의하고 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과잉 입법인 친절한 의사법(권칠승 의원 발의)에 의료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개인과 민간 보험사 간의 계약인 실손 보험에 대한 청구대행까지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실손 보험 청구 대행법(고용진 의원 발의)까지 발의되어 환자와 의료기관에 막대한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렇게 악법을 마구 만들어내면 의사들이 다시 한번 단체행동을 통해서 반발할 것이 여당 내부에서도 염려되었는지, 이번에는 아예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법으로 금지시키기 위한 법안까지 발의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국회의원은, 의료법에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동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 및 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며, 위반 시 제재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그런데 법안 발의 이유를 보면, 법안 발의 취지부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발의자 본인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법안 발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발의 이유에는 의료에 대한 무지와 의료 현장에 대한 몰이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라고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8월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이 시작되자 대학병원들은 정규 수술을 연기하고,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를 줄였다. 하지만 전공의와 전임의가 파업을 했다고 해서 수련 병원의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중단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그 이유는 교수들이 계속 업무를 하면서 응급실,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실, 투석실 등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지켰기 때문이었다.”라며 “그런데, 여당에서는 마치 전공의 및 전임의 파업으로 인해 병원의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면서, 이를 핑계로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법적으로 금지하려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그리고 법안에서 환자 피해 사례로 예를 든 경우(위 빨간색 줄)도 치료 시기가 지연된 약물(농약) 음독 환자의 사례로써, 이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업무 공백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약물 중독 환자의 치료 지연은 현재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약물 중독 환자에 대한 일선 의료기관들의 전문 인력 및 시설 부족의 문제 때문이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약물 중독 환자를 응급 처치하고 집중 치료하기 위해서는 중독 전문 인력과 이들에 대한 고가의 치료 장비들이 필요한데, 저수가 및 지원 부족 등의 문제로 약물 중독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해당 법안 발의 의원들은 저수가 등의 문제로 왜곡된 의료 시스템에 의해 희생된 환자를 의사 파업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거짓말하며,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8월 단체행동 기간 동안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피교육자 신분인 전공의 및 전임의가 파업을 한다고 해서 병원 업무가 마비되는 대한민국 수련 병원의 의사인력 운용 시스템은 절대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따라서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의사 인력 운용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병원이 보다 많은 전문의 등의 의사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여당은 이런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의사들을 탄압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미 전공의 및 전임의 파업 시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법적으로 압박한 바가 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하지만 이 정도 압박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정부는 아예 법을 만들어 더 강한 처벌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의사 면허취소 강화 법안도 발의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법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지면 의사들은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법은 실질적으로 파업금지법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법을 통해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해야 할 대상에 전공의와 전임의를 포함시키고, 필수유지 의료행위의 범위를 보다 넓게 정해버리면 의사들은 파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료계와의 대화나 협의의 과정도 없이 이루어지는 정부와 여당의 막무가내 식 정책 및 법안 추진에 저항할 방법이 파업밖에 없는 의사들에게 이제 남은 선택지는 없다. 정부와 여당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노예로 살거나 의업을 포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하지만 ‘의사는 공공재’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의사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이라면, 의사 노예화법을 만들어 의사들이 사직이나 폐업을 통해 의업을 포기하는 것도 강제로 금지시키려 할 것이라는 예측마저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당의 의사를 옥죄는 의료 악법 발의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사의 인권을 말살하고, 의사들을 노예화한 국가들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우리는 쿠바, 소련 및 동유럽 국가 등 공산국가들을 통해서 똑똑히 확인했다. 그런데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의료 및 사회 전 분야를 규제로 압박하고,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세력들을 적폐로 규정하여 인권까지 말살하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무분별하게 의료 악법을 발의하는 여당과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엄중히 경고한다.”라며 “정부는 문재인 케어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포퓰리즘 의료정책과 4대악 의료정책을 중단하고,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라. 본 회는 국민 건강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행태에 저항할 것이며, 전 의료계 및 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