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피알로 고통당하는 말기 환자 볼 때, "이게 맞나?" 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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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피알로 고통당하는 말기 환자 볼 때, "이게 맞나?" 정체성 혼란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0.11.0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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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적으로 도덕적 고뇌…가정 호스피스에서 가능성 본다
의료인은 말기 환자의 존엄하고 평화로운 임종을 지켜내는 '안내자, 파수꾼, 목격자'
김형숙 교수 ©경기메디뉴스
김형숙 교수 ©경기메디뉴스

"중환자실에서 응급처치할 때 쇼피알로 고통당하는 말기 환자를 보기 때문에 '이게 환자를 위한 게 맞나?'라는 정체성의 혼란 상태에 있었다. 처음엔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돼 해결될 거로 생각했었다. 이제는 사람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처치를 안 받는다고 했을 때 편들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가 11월 2일 오후 7시에 서울역 회의실에서 월례 강연회를 가진 가운데 김형숙 교수(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가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쇼피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이 방치하면 도덕적으로 비난 받는다. 말기 환자와 가족 간에 이해가 다른 경우도 있다"라며 운을 뗐다.

쇼피알(Show + PR)은 생명 회복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CPR(심폐소생술)을 수행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이다. 

김 교수는 "고통당하는 환자를 보기 때문에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이미 희망이 없는 환자인데 희망과 미련 때문에 보호자를 설득할 시간이 없어 보호자 뜻대로 들어 주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 그 상황에 같이 갔던 건 아닌가. 이런 경험이 죄의식과 내가 비겁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윤리적 용어로 표현하면 정체성 혼란보다 도덕적 고뇌가 맞겠다. 도덕적 고뇌는 알고 있는데 실행하지 못할 때 겪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부전 말기인 50대 후반 남성의 경우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기도삽관과 인공호흡 때문에 마지막 유언을 하지 못했다. 중환자실에서 임종이 결국 이런 거다. 말기 환자는 언제 죽을지 알지 못하고, 작별 준비 못 하고 폭력적인 마지막을 맞이하기도 한다."라고 우려했다.

간호사로서 중환자실에서 도덕적 고뇌를 했지만, 가정 호스피스에서 그 해결책과 가능성을 보았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가정에 있는 사지마비이면서 말기상태인 중년 남성 암 환자였다.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변비가 너무 심해 보통 관장약으로는 안 되는 상태여서 수지 삽관하여 관장해야 할 정도로 심했다."라며 "노모가 돌보고, 아내가 직장에 다니는데 아이가 있었다. 가정간호를 가서 수지 관장을 하게 됐는데 아이가 관장약, 비닐장갑, 로션까지 준비해 주고, 엉덩이까지 잡아 준 후 '관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 아이는 그전까지 아빠(사지마비 말기 암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 있을 때는 할머니도 병동에서 가서 혼자 남은 방에서 무서움에 컴퓨터를 종일 하다가 엄마에게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빠가 집으로 돌아와 임종을 준비하면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아빠의 관심은 아이를 위해 뭘 할 건지여서, 아이와 아이를 주제로 얘기했고, 그 아이는 여덟 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시간이었다."라며 "말기의 시간이 똑같은 슬픔이지만, 이처럼 중환자실과 가정호스피스가 너무 차이가 난다."라고 언급했다.

말기 환자의 죽음도 인간적으로 바뀔 수 있는데 의료인이 말기 환자의 존엄하고 평화로운 임종을 지켜내는 '안내자, 파수꾼,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박중철 교수의 2018년 논문을 인용한다."라며 "의료인의 새로운 역할로 안내자, 파수꾼, 목격자로서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안내자는 존엄하고 평화로운 임종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여정에서 예상되거나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신체적, 실제적 고통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지켜내는 것이다.

파수꾼은 삶의 질의 파수꾼, 완화의료를 말한다.

목격자는 일상에서 은폐되고 분리된 죽음의 이야기와 가치를 드러내는 역할로 환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재해석하여 자신의 서사에 통합하여 증인처럼 사회공동체에 공유하는 것이다.

끝으로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이 말하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전문가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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