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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치료 엉터리 연구에 6억 2000만 혈세 날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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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치료 엉터리 연구에 6억 2000만 혈세 날렸나?
  • 경기메디뉴스
  • 승인 2019.12.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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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학적” 英 학자 트윗에 국제 망신·한방난임 유효성 논란 활활
바의연, 잘못된 임상연구 지원한 보건복지부 공익감사 청구 예정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영국의 한 학자가 한방난임 임상연구 논문이 비과학적이라며 심사를 거부한 것과 관련,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와 한의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16일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와 한의계는 영국 학자로부터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한방난임 임상연구 논문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과 저질 음모론 제기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의 잭 윌킨슨(Jack Wilkinson) 박사가 지난 12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영국의 잭 윌킨슨(Jack Wilkinson) 박사가 지난 12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사건의 발단은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생물통계센터 소속 생물통계학자이자 코크란의 부인과학 및 생식 그룹(Cochrane Gynaecology and Fertility Group) 통계 편집자(Statistical Editor)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 박사가 지난 12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Medicine지가 요청한 한방난임치료와 관련된 논문의 심사를 거부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 英 학자, 한방난임 연구는 과학 아니야

윌킨슨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 논문은 터무니없다. 합리적인 연구 디자인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이 논문이 학술지 데스크에서 거부되지 않은 것을 믿을 수 없다. 결론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한 연구 디자인을 따르지 않았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것은 임상 연구가 아니다. 이 논문을 검토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시간 낭비일 뿐이다(This is not science. This is not clinical research. This abstract is clearly ludicrous)”라고 밝혔다.

윌킨슨이 지적한 논문은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의 연구용역으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을 비롯한 3개 한방병원에서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간 수행한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에 대한 논문이다.

논란이 된 연구의 책임자인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김동일 원장은 지난 11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인불명 난임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 월경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후 3주기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100명 중 10명이 중도탈락하고 나머지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 6주경 임상적 임신율이 14.4%이고, 7명이 만삭 출산해 생아출산율이 7.78%”라고 밝혔다. 김동일 원장은 이를 근거로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방난임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며, 한방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1월 18일 바의연이 ‘한방난임 임상연구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바의연은 ① 대조군도 없는 임상연구로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고 이를 입증하려면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RCT)을 시행해야 하나 한방치료의 임신율(14.4%)이 너무 낮아 RCT를 해도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을 것 ② 1주기 동안의 임신율인 인공수정 임신율과 7주기 동안의 한방난임치료 임신율을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 ③ 14.4%의 임신율이 한방치료 효과인지, 난임여성의 자연임신 때문인지도 밝혀내지 못함 등을 이유로 들며, 이 임상연구는 현대과학과 근거중심의학 기준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맞섰다. 이는 윌킨슨 박사가 밝힌 한방난임 논문 심사 거절 사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 윌킨슨 박사의 트위터 글이 여러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자 한방난임치료 유효성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고,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공무원과 김동일 원장 등은 언론 인터뷰로 반박했다. 서울시한의사회도 12월 10일 김동일 원장의 주장을 대변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건복지부와 한의계는 논문심사를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연구방법을 인정받아 임상시험 연구계획안 논문을 Medicine지에 2017년 12월 게재했으며, 이 계획안에 따라 수행된 연구 결과 논문을 편집자도 아닌 심사자가 뒤늦게 부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조군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는 한방난임치료의 효과와 문제점을 관찰하는 연구로, 치료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임상연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공개한 연구자와 국내 인사들이 의견을 주고받은 정황이 보이는데,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심사윤리 위반”이라고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 한방난임치료 논문, 동료심사 없어 수수료 주고 게재 의혹 제기

이 같은 보건복지부와 한의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바의연은 또 다른 반박자료를 내놓으며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바의연은 “2017년 논문이 동료심사 없이 게재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edicine지는 임상시험 연구계획안 논문은 연구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및 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았으며 주요 교외 연구비 지원기관으로부터 동료심사 및 연구비를 받은 경우 추가 동료심사 없이 출판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Medicine지는 1950달러의 논문게재 수수료를 청구한다.

바의연은 “Medicine지에 2017년 게재된 한방난임치료 논문을 보면, Medicine지가 동료심사 없이 출판할 때의 조건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논문 본문에 이 연구계획안은 보건산업진흥원이 외부에서 동료심사를 하였고,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의해 임상시험이 승인되었고,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황을 보면, 2017년 논문은 동료심사 없이 바로 게재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혹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연구책임자는 명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2017년 논문이 동료심사 없이 수수료를 주고 게재된 것이라면, Medicine지가 2017년 논문의 연구방법을 인정해 게재한 것처럼 주장하는 보건복지부와 연구책임자, 서울시한의사회 등은 사실 왜곡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최종보고서에 수록된 보건산업진흥원의 임상시험 시험결과 통보서.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최종보고서에 수록된 보건산업진흥원의 임상시험 시험결과 통보서.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바의연은 또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이므로 대조군이 필요 없다는 한의계의 입장에 대해 “관찰연구는 특정 치료를 시행하는 중재(intervention) 없이 대상자의 위험요인에 따른 질병 발생 유무를 관찰하는 연구이다. 이에 반해 임상시험은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또는 특정 치료방법의 효과를 판정하는 연구로서,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설명한 뒤 “이 연구는 난임여성에게 한방난임치료라는 중재를 가한 것이므로 임상시험이 맞다”고 일침을 놨다. 덧붙여 “이는 최종보고서에 수록된 보건산업진흥원의 임상시험 시험결과 통보서에 연구의 종류를 ‘임상시험’으로 표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임상시험이긴 하지만, 대조군이 없는 비무작위배정, 비맹검 임상시험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공무원이 이번 연구를 기초연구 중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의 관찰연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6억 2000만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연구가 외국 학술지 심사자로부터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이 임상연구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음을 시인하는 셈”이라고 평했다.

■ 바의연, 윌킨슨-국내 의료계 사전 논의한 적 없어

윌킨슨 박사가 국내 한 의료전문지 기자와의 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윌킨슨 박사가 국내 한 의료전문지 기자와의 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 바른의료연구소 제공

바의연은 윌킨슨 박사와 국내 의료계 인사들이 사전에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전형적인 마타도어라고 맹비난했다. 바의연은 “그들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의료전문지 기자와 윌킨슨 박사의 메일 인터뷰 내용을 받아보았다. 이 기자는 12월 9일 윌킨슨에게 메일로 질의를 하면서 11월 14일 연구책임자의 보도자료 배포 후 일부 의료계 단체들이 표명한 의견을 첨부했다”면서 “이에 윌킨슨 박사가 ‘나의 의견도 한방난임 연구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다른 사람들(바른의료연구소, 대한산부인과학회,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등)과 유사하다. 이번 연구는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라고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단체가 윌킨슨 박사와 사전에 모의한 것이 아닌데도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공무원과 김동일 원장, 서울시한의사회 등은 의료계 단체가 사전에 윌킨슨 박사와 모의해 음모를 꾸민 것처럼 주장했다”며 “이는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의연은 또 “연구자라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윤리적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여성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힌 윌킨슨 박사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보건복지부는 이 임상연구 완료 후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임상연구가 실패했으니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엉터리 임상연구로 6억 200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나라 망신을 시킨 보건복지부 공무원과 연구책임자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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