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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고도로 발달한 의학기술로 생명 연장, 경제적인 현실이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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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고도로 발달한 의학기술로 생명 연장, 경제적인 현실이 걸림돌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0.10.0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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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비잉 디그니티 찾기는 사회적 서포트 시스템 없으면 어려 울 것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뭘 원하냐 보다는 가족의 경제적 문제가 반영되는 안타까운 현실
고령 환자, comorbidity 환자 늘어난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도 늘어
긴급 회복 퇴원 돕는 중환자실이지만 장기입원하는 중환자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대
박소영 교수

“중환자실에서는 환자가 어떤 걸 원하냐를 반영하지 못하고, 보호자 가족의 경제적인 문제가 반영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휴먼비잉 디그니티(인간 생존의 존엄성)은 결국 사회적 서포트 시스템 문제입니다. 이제는 중환자실에서도 생존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가 지난 10월 5일 저녁 서울역 회의실에서 정례세미나를 가진 가운데 박소영 교수(이화여자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호흡기내과 부교수 및 중환자 실장)가 ‘중환자실에서 end of life care -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죽음에 대한 단상’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런 요지로 말했다.

박소영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중환자실에 고령의 환자가 오래 머물게 되면서 보호자 가족의 경제적인 문제가 불거지는 사회적 현상을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어느 누구도 죽음이라는 과정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이란 정의가 되어 있고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진시황제를 포함한 모든 생명을 가진 인간은 죽음을 피하는 노력을 했다. 중환자의학도 죽음을 피하기 위한 학문이기도 하다.”라며 운을 뗐다.

중환자실의 원래 목표는 회복 가능한 급성 기능부전 환자의 집중치료와 퇴원이지만 죽음을 접하는 흔한 장소 중 하나가 됐다.

박 교수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외국의 경우 폐이식에 성공한 환자가 에크모의 도움을 받아 행복하게 가족과 식사도 하고 2백일 넘게 살았다. 그런데 이런 삶이 행복할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에는 1백 살 이상인 환자도 중환자실에 입원한다.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나? 고령화 시대에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고령의 환자가 늘어나고 comorbidity(두 만성 질환을 동시에 앓는 상태)가 많은 환자가 늘어감에 따라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도 늘어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 없이 혼자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중환자실 공간은 죽음을 피하려고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죽음과 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도로 발달한 생명 연장의 의학 기술 사례 들. 출처 박소영 교수 강연집
고도로 발달한 생명 연장의 의학 기술 사례 들. 출처 박소영 교수 강연집

중환자실은 너무 발달한 의학 기술과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 경제적인 현실이 특히 문제라고 했다. 

박 교수는 “걸림돌은 너무 발달된 의학기술이다. 외국의 경우 심지어 헬멧형 의료기기로 생명을 연장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결국은 좋아지는 경우에도 죽음과 삶의 가운데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홀로 내버려 두는 경우가 상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당연히 여러 가지 육체적 신체적 문제가 생기지만 결국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가족의 무관심으로 철저히 고독하게 되는 게 문제”라며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는 환자가 있으며, 환자 보호자에게도 end of life care(말기돌봄)을 충분히 하도록 해야 한다. 병원에서의 서포트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중환자실에 1년 이상 머물게 되면서 환자와의 라포가 형성된 경우엔 환자가 사망하면 의사가 겪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박 교수는 “죽음을 앞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심리상태가 바뀐다. 벤틸레이터(산소호흡기) 떼고 그간 번 돈을 다 쓰고 싶어 하기도 하고, 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하고, 눈을 감으면 죽을까 봐 두려워 하기도 하고, 봄이 오는 걸 볼 수 있을까 우려하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결국 멘탈이 쳐지고 보호자가 ICU 이식을 거부하면서 사망했는데 의사로서 1년을 보살폈다. 상당히 정서적으로 교류해온 환자가 사망하게 되면 의사로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환자가 죽어서 의사도 슬픈 경우 충분히 울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제적인 문제 등 사회적 시스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강연을 마쳤다. 

박 교수는 “소중한 경험 중 하나는 인턴잡인데 인턴이 없어서 환자 트렌스퍼를 직접 한 경험이다. 요양병원으로 트렌스퍼하는 환자가 이송 침대가 없었던 경험, 요양병원이 굉장히 밀집된 상가 2층에 자리 잡은 환경, 산소호흡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자책감 드는 경우 등이 많아 안타까웠다.”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사회적 시스템이 되지 않으면 고령화 시대에 요양병원이 많아질 상항에서 휴먼비잉의 디그니티(인간 생존의 존엄성) 찾기는 너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나. 안타까운 게 제가 최선을 다해도 저의 진심이 보호자 환자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사회적 제도적인 서포트가 되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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