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망사고 의사의 법정 구속 소식에 의료단체들이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최종적으로 장폐색 진단을 받고 장청결제를 투약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의료진 2명의 법정 구속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복통이 없고 배변 활동을 서너 번 해 배가 부드러운 것을 의료진이 확인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영상 확인 결과가 장폐색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장청결제를 투여해 내시경을 시도한 것은 잘못된 의료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쇠창살 뒤에 가둬진 우리 의료’라는 성명을 통해 “X-레이와 CT 촬영에서 장폐색이 진단되더라도 ‘임상적 장폐색’의 여부에 따라 처치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며, 사망한 환자의 진료 과정은 의학적인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영상 소견을 놓고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며, 이를 종합해 임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온전히 의사의 몫으로 남겨진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해를 가하지 말라’와 같은 맹세를 수도 없이 많이 해온 이유는 의사로서의 책무가 위태로운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라며 “환자의 배를 즉각 열어 수술해야 하는 의사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장폐색을 처치해야 하는 의사는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최선의 의학적 처치를 위한 판단의 기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위태로운 선택의 결과를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재단하려는 사례를 수없이 많이 목도했다”며 “의사를 판결 이전에 구속한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의료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선의를 갖고 최선의 의료를 행한 의사를 쇠창살 뒤에 가두는 것은 오직 절대자만이 알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 의사에게 떠넘기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규정한 뒤 사법부는 의사들에게 절대자의 지위를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 절대자의 자리에 오르려 하는 것인지 반문했다.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은 의사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 가장 가까워야 할 환자와 의사의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대전협은 “이에 환자는 의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의사들은 회의감에 일선의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이 모든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대전협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어온 단체행동의 근본은 의사들이 환자 곁과 의료 현장을 떠나게 하는 잘못된 정책을 꼬집는 데에 있었다”며 “사법부는 단지 이번 단체 행동 구호의 대상이 아니었을 뿐 책임의 대오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무자비하고 비상식적인 사법 처리로 의사와 국민 사이를 쇠창살 너머로 갈라놓으려 한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