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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의료 악재 속에서도 당당한 ‘K-의료’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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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의료 악재 속에서도 당당한 ‘K-의료’ 위상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9.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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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세계적 수술 성과에 눈길

코로나19 장기화와 대규모 확산, 의료 정책 관련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등 여러 악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도 의료현장에서는 의료진들의 술기 연마와 다양한 수술법 개발 등의 노력을 통해 K-의료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환자 최우선의 가치를 기반으로 인술을 펼치며 생명 연장의 꿈에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의료현장 소식을 종합해 본다. <편집자 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들이 7000번째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들이 7000번째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세계 첫 7000례 기록
생체 5805건, 뇌사자 1195건… 1992년 첫 간이식 후 성공률 98%

서울아산병원은 말기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절체절명의 중증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가운데 최근 세계 최초 간이식 수술 7000례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간이식 수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 7월 17일 담즙성 간경변증으로 투병 중인 임모 씨(67)에게 아들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세계 최초로 간이식 수술 7000례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한 해에만 505례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며 세계 최다기록을 세웠다. 단순히 수술만 많이 한 것이 아니라 수술 성공률도 98%에 달해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과 함께 수술 안정성도 입증해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 1999년 1월, 기증자의 간 좌엽보다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 기능을 극대화해 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킨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수술로 한 해 30례에 그치던 생체간이식 수술이 100례를 넘기며 성공률도 당시 70%에서 95%를 넘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또한, 2000년 3월 이승규 교수가 세계 최초로 성공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통해 현재까지 기증자 간의 좌·우엽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할 경우 혹은 수혜자의 체격에 비해 기증할 수 있는 간의 크기가 작아 기존의 생체간이식 수술법으로는 생존할 수 없었던 560여 명 이상의 말기 간 질환 환자들의 생명을 구했다.

세계 간이식계가 서울아산병원의 경험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을 제외하지 않고도 98%(1년), 89%(3년), 88%(10년)라는 뛰어난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체간이식이 뇌사자간이식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성과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같은 성과에 그치지 않고 최근 복강경과 최소 절개술을 이용한 기증자 간 절제술로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수술 흉터를 최소화해 간 기증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100번째 출산의 주인공. ⓒ 여의도성모병원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100번째 출산의 주인공. ⓒ 여의도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 임신법’ 출산 100건 달성
성공률 27.0%, 체외수정 성공률과 비슷한 수준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난임 극복의 새로운 대안인 ‘나프로(Napro) 임신법’으로 최근 출산 100건을 달성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지난 2016년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프로 임신법을 도입한 후 2017년 3월 첫 출산을 맞았으며, 8월 21일 100번째 출산을 달성하게 됐다.

나프로(Napro) 임신법은 자연적인 임신(Natural Procreation)의 합성어로 여성 스스로 질 분비물을 관찰,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나프로 진단검사를 통해 가임력과 관련된 이상을 찾아내 교정하는 난임 치료법이다.

여성의 질 분비물 관찰기록법인 ‘크라이튼 모델시스템(CREIGHTON MODEL System)’을 기반으로 내·외과적인 나프로 진단검사를 통해 점액 분비, 배란, 나팔관, 복강내 구조, 호르몬 문제 등 난임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내·외과적 나프로 치료, 비뇨의학과 상담 및 치료, 심리상담 등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가임력을 향상시킨다. 남성의 경우 생식 관련 질환을 파악하고 치료해 가임력을 향상시켜 자연임신의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난임에 대한 의학적 접근 외에도 심리적 치료를 병행한다. 난임 부부들의 심리적 문제 해결이 임신 성공에 이어 출산까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프로 심리상담은 나프로 임신법 기본교육 5회차부터 시행되며 전문 심리상담사의 판단에 따라 추가되기도 한다. 실제로 나프로임신센터 개소 이후 현재까지 370쌍의 부부가 전문심리상담을 받았다.

습관성 유산을 겪은 후 산부인과 이영 교수(나프로임신센터장)의 권유로 2019년 7월부터 나프로 임신을 시도한 김모 씨(35)는 같은 해 12월 임신에 성공했다. 이후 지속적인 나프로 차트 관리를 통해 김 씨에게 황체기 결함이 있는 것을 발견한 의료진은 임신 직후부터 호르몬 요법을 시행, 유산방지 치료 및 임신유지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지난 8월 21일 자연분만으로 3.59kg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

나프로 임신법으로 현재까지 538쌍에서 중복임신 13건을 포함해 158건의 임신에 성공했다. 임신 성공률은 27%로 체외수정 성공률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치다. 나프로 임신법을 이용한 출산 성공 100건을 분석한 결과, 최고령 임신은 만 46세, 시험관 등 인공시술 경험이 있는 경우가 44%, 시험관 경험은 최고 8회였다.

(좌) 다빈치 SP 로봇 수술기를 이용한 수술 장면. (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진영 교수(좌)와 박윤길 교수(우)가 수술 중 신경계 감시를 시행하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좌) 다빈치 SP 로봇 수술기를 이용한 수술 장면. (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진영 교수(좌)와 박윤길 교수(우)가 수술 중 신경계 감시를 시행하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세계 첫 다빈치 SP 로봇수술 1000례 기록
이비인후과·갑상선내분비외과·산부인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활용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수술 중 신경계 감시 4000례 달성

2018년 10월 국내 처음으로 다빈치 SP 로봇수술을 시행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7월 8일 세계 최초로 다빈치 SP 로봇수술 1000례를 달성했다. 2019년 2월 세계 최초로 100례를 달성한 데 이은 성과다.

다빈치 SP(Single Port) 로봇수술은 이전의 로봇수술과 달리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이 가능해 단일공 수술이라고 불린다. 기존 로봇수술보다 작은 구멍 하나로 절개 부위를 줄여, 여성 환자가 많은 갑상선·유방암 수술 흉터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다관절 손목 기능이 추가된 카메라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해 사각지대 없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에 필요한 기구를 한 개의 관(cannula)에 장착해 기구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보다 세밀한 접근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은 수술 시간과 합병증 감소로 이어진다. 다빈치 SP 시스템이 가장 많이 활용된 이비인후과의 경우, 단일공 로봇수술의 장점이 가장 잘 활용돼 목 안쪽의 좁은 공간 내에 생긴 두경부 종양을 정밀하게 절제하는 데 우수하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비인후과와 갑상선내분비외과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SP 로봇수술로 진행했다. 또, 산부인과(자궁내막암 병기결정술, 자궁경부암 광범위자궁절제술 및 근치적 자궁경부절제술), 간담췌외과(담낭절제술), 유방외과와 성형외과(유방절제술 및 유방재건술) 등의 술기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비뇨의학과의 부분신장절제술, 신우성형술, 소아비뇨기계 수술 역시 아시아 처음으로 시행해 로봇수술의 선구적인 기관으로 위상을 높였다.

강남세브란스병원도 2006년 ‘수술 중 신경계 감시’를 최초로 시행한 이래 최근 4000례를 달성했다.

수술 중 신경계 감시(IONM, intraoperative neurophysiological monitoring)란 수술 중 신경의 전기생리학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신경 손상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검사다.

수술 중에는 신경 손상이 의심되더라도 전신마취 상태인 환자의 근력, 감각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인력이 유발전위, 근전도, 뇌파 등을 이용해 신경계 감시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신경 손상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조기에 확인하고 혹시 모를 신경 손상에 대비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11년부터 수술 중 신경계 감시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해 2018년부터는 연간 700건 이상의 수술 중 신경계 감시를 시행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세계가 주목하는 K-의료 동력은 끊임없는 연구와 술기 연마

국내 의료진들에 의해 지금도 의료계에서는 끊임없이 새 역사가 쓰이고 있다. 자연스레 세계 의료계는 K-의료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K-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은 끊임없는 연구와 술기 연마에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005년 국내 최초로 로봇 수술기를 도입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8대의 다빈치 로봇 수술기(SP, Xi, Si)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출시된 ‘다빈치 SP 시스템’을 2018년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고, 2019년에는 SP 시스템을 추가 도입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다양한 진료과에서 연간 3000례 이상의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2만 5000례를 달성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민병소 소장(대장항문외과)은 “다양한 질환에 로봇수술을 적용해 더 나은 치료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한 것이 세계 로봇수술의 메카로 이끈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단일공 로봇수술 적응증 확대와 표준 술식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수술 중 신경계 감시팀을 총괄하는 박윤길 재활의학과 교수는 “정기적인 다학제 환자 회의와 학술회의를 통해 꾸준히 협력한 결과, 안전한 수술을 통해 환자의 예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진영 교수도 “검사를 디자인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재활의학과, 신경과 전문의의 풍부한 경험뿐만 아니라 전기 신호를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마취의 종류와 심도를 조절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수술을 총괄하는 집도의의 섬세한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간이식 수술을 의료기술이 열악한 아시아 국가에 전수하며 K-의료의 위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2011년 9월, 몽골 울란바토르 국립 제1병원을 찾아 몽골 최초로 생체간이식 수술을 성공한 이래 몽골과 베트남 현지에 총 44번, 380여 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총 64건의 간이식 수술을 현지 의료진과 함께 집도하며 간이식 기술을 전수했다.

그 결실로 몽골에서는 2015년부터 국립 제1병원 의료진이 독자적으로 간이식 수술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65건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베트남 쩌라이병원에서는 6건, 호치민의대병원에서도 2건의 간이식 수술을 현지 의료진이 성공했다. 또한,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직접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온 해외 환자 수만 해도 112명에 달한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중증 간 질환 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표준적이고 체계적인 수술법, 수술 후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통해 높은 간이식 성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며 “풍부한 간이식 경험과 프로그램으로 국내 및 전 세계 간이식 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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