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팽당한 전공의…하자로 얼룩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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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팽당한 전공의…하자로 얼룩진 합의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0.09.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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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회’에서 ‘중단’으로 한발 후퇴한 일관성 없는 최 회장 행보
최 회장의 의료계 내부 의사결정 과정 무시한 독단으로 파행
철회 빠진 합의문에 파업으로 쟁취해야 할 고통 짊어진 전공의
전공의‧병의협 등 의사단체, 의협 회장과 집행부 즉각 사퇴 '촉구'

그간 의료계 투쟁의 선봉에 선 전공의가 팽당하는 모습이다. 

휴진 10%에 겨우 미치는 개원가 단체행동과는 달리, 80%를 넘는 전공의 파업은 전임의 사직서 제출, 의대 교수의 지지 선언까지 이어지며 '4대악 의료정책'의 '철회'를 쟁취한다는 목표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각 직역과 직능을 대표하는 의사단체가 모인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도 9월 3일 정부 여당과 합의할 단일안도 마련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이 단일안을 갖고 정부 여당과 협의하고, 그 협의된 안을 다시 전공의 등 각 의사단체의 의견을 묻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정부 여당과의 합의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만 남았다.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한 순간이었다.

앞서 최대집 회장은 지난 8월 2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육성 등 4대악 의료정책을 철회 시, 파업을 잠정 유보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돌연 9월 4일 오전 10시경 최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합의문에 서명해 버린다. 철회라는 초심도 버리고, 의사결정 과정도 무시한 최대집 회장이다. 

이 때문에 '철회' 동력을 끌어모았던 전공의들은 고발당했거나, 고발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철회'를 쟁취하기 위해 파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난국을 맞았다.

한편으로는 최대집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사단체들이 늘고 있다.

경기메디뉴스는 숨 가쁘게 진행된 4일 하루 동안의 의협 회장의 독단 행동을 기록으로 남긴다. [편집자 주]

최대집 회장과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3일 이행합의서에 서명한 후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캡처
최대집 회장과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4일 이행합의서에 서명한 후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캡처

3일 범투위가 단일안을 만든 다음 날 오전 각 언론에는 '민주당-의협, 합의 예정…파업 취소'라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의료계 내부 의사결정과정이 빠진 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4일 오전 8시 30분 의협 최대집 회장과 더민주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여의도 더민주 당사에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은 4일 오전 8시경 트위터에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아직 카톡방도 다 못읽었는데. 회장이 패싱당한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는 글을 올렸다.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단체가 모인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도 긴급 공지를 통해 "정부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합의는 진행중이나, 타결은 사실이 아니다. 파업 및 단체행동은 지속한다"고 했다.

젊은 의사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당초 8시 30분 열릴 예정이었던 서명식은 10시경 열렸다.

서명 후 최 회장은 "'철회'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철회 후 원점 재논의’와 ‘중단 후 원점 재논의’는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 비교적 잘 만들어진 협약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서명식에 동석한 이낙연 더민주 대표는 전공의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전공의 고발 문제도 최선을 다해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의협 최 회장은 더민주와 서명식 직후 '선배들 믿고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 달라'는 취지의 대회원 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의사결정 과정이 무시되고, 철회라는 단어가 빠진 합의문에 항의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의협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의 합의서 서명장에 난입하여 항의 시위했다.

복지부는 급기야 서명식 장소를 정부서울청사로 변경했다. 의협 최 회장과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서울청사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복지부와의 합의에서도 '4대악 의료정책 철회'라는 단어는 없었고, 전공의나 각 지역 의사단체에 의견을 묻는 의사결정과정도 없었다.

이에 전공의, 봉직의 등 의사단체가 최 회장과 집행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직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공식 사퇴요구서를 게시하지 않은 상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젊은의사 비대위와 회원들의 의도에 반하는 내용의 의협과 정부 및 여당의 합의안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며, 독단적인 결정을 한 의협 회장과 집행부는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서울지역 병원의사협의회, 부산울산경남지역 병원의사협의회, 인천경기지역 병원의사협의회, 대구경북강원 병원의사협의회, 대전충남북세종 병원의사협의회, 광주전남북제주 병원의사협의회 등이 함께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오후 5시 15분경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해명을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최대집 의협 회장의 독단적인 협상 진행과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한편 아래는 의료계 내부 의사결정 과정 없이 '철회'가 중단'으로 바뀐 의협과 더민주의 이행합의문, 그리고 복지부와 의협의 합의문 전문이다.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이행합의문>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제도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지역의료 불균형, 필수의료 붕괴,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의 미비 등 우리 의료체계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1.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또한,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2. 더불어민주당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경쟁력 확보와 의료의 질 개선을 위하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한다.

3. 더불어민주당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전공의특별법 등 관련 법안 제·개정 등을 통하여 전공의 수련 환경 및 전임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4.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하여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기로 한다.

5. 더불어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향후 체결하는 합의사항을 존중하고, 이행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합의문>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제도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체계의 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 이 경우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또한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2.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한다. 보건복지부는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

3.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4. 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특히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한다.

5. 대한의사협회는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

2020. 9. 4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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