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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정부, 의사 수 OECD 평균 수준 외치면서 평균보다 낮은 의료수가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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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정부, 의사 수 OECD 평균 수준 외치면서 평균보다 낮은 의료수가는 외면”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8.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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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 “입맛에 맞는 통계만 취하지 말고 현 상황에 맞는 인력 수급 정책 재논의해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정부가 OECD 보건통계를 근거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가 “OECD 평균보다 턱없이 낮은 수가와 그에 반해 높은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에 대해서는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단순히 인력 수준만 OECD 평균을 따르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냉정히 평가해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3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외국과의 인력 수 단순비교만으로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의 과잉과 부족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여러 근거를 통해서 밝힌 바 있다”며 “필요 의료 인력 규모를 정할 때는 의료접근성,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 의료전달체계의 구조, 수가 수준, 보험 체계, 의료인 면허 체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처럼 의사 수는 적지만 높은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을 보이면서 최저의 수가를 보유한 나라는 각각의 지표들이 OECD 평균 수준으로 변했을 때 의사 및 의료 인력의 증가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을 유지한 채로 의사 수가 현재보다 늘어날 경우, 대도시를 중심으로 접근성과 이용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곧 국민 의료비의 증가를 뜻하며,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병의협은 “의사 수가 늘어나도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을 감소시키지 않고, 국민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는 방법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인 의료수가를 더욱 낮추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현재보다 수가를 더 낮추면 의료기관 대부분이 도산하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또, “정부가 국민 의료비 증가나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원할 리 없고, 결국 국민의 의료이용 제한(본인 부담금 증액, 개인별 이용 가능 의료기관 지정 등), 병의원 개설 기준 강화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현재보다 더 어렵고 불편해지며, 비싸질 것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말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 중 의사 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병의협의 주장이다. 병의협은 “우리나라는 의사 수에서 OECD 최저 수준을 보이지만, 의료의 질을 대변하는 각종 건강 지표에서는 세계 최상위 수준을 보인다”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업무량이 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수준이 현재보다 낮으면서 업무량도 외국 평균 수준으로 낮아져 의료의 질이 지금보다 하락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업무량을 줄이는 것은 의사들도 원하는 방향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저수가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어나게 되면, 과당경쟁이 발생해 불필요 의료 수요 창출 등 부작용이 생기고 이는 곧 의료 질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의료계의 견해다.

병의협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의료 시스템을 개혁해 나가야 할 시점에 다른 국가들이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입맛에 맞는 통계만 취해 정책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행태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제대로 된 의료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OECD 통계가 보여주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단순히 통계를 평균 수준에 맞추려는 노력보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OECD 평균 수준의 의사 및 의료 인력 수를 원한다면, OECD 평균 수준의 수가, 의료접근성,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 수준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냉정히 평가해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저수가,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 등을 통해 왜곡된 의료이용과 공급을 정상화한 후 필요한 의료 인력을 산출해 의료 인력이 효율적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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