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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의료비 증가 막으려면 의사 감축하라” 2008년부터 경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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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의료비 증가 막으려면 의사 감축하라” 2008년부터 경고 나와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8.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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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 보건의료 인력 부족 근본 원인과 정부 정책 부작용 진단 내놔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의료계가 국내 보건의료 인력 부족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과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진단을 내놨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11일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사 일자리 문제 및 의료 시장의 혼란과 의료비 증가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되짚고 올바른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병의협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의사가 일하고 있는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으로, 1656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의사를 고용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조차도 비슷한 규모의 외국 병원과 비교하면 고용 인원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손꼽히는 ‘메이요클리닉’의 경우, 연간 환자 수는 130만 명으로 서울아산병원의 430만 명보다 훨씬 적지만 의사 4700명과 직원 및 관계자 5만 8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직원 수는 8000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병의협은 “서울아산병원의 연 매출액이 1조 원 규모인 것에 비해 메이요클리닉은 13조 원 규모로 두 병원 간 매출액 차이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소득 수준과 의료제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들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상황은 대도시 중심, 대형병원 중심으로 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대도시 지역에 살고 있어 의료기관들도 대도시로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의 일자리도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의 사례가 보여주듯 대도시 의료 공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저수가 등의 이유로 병원 규모나 진료량과 상관없이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 고용을 최소화하고, PA나 대체 인력으로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도시 병원의 고용 규모가 축소되면 일자리를 찾아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현실 감각이 뒤떨어지는 안목이라는 입장이다. 병의협은 “의사나 보건의료 인력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유는 단순히 소득의 문제만이 아니라 주거, 교육, 육아, 교통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 때문”이라며 “임금이 적더라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대부분 지방보다는 대도시 일자리를 선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도시 의사들은 도시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고, 지방 의사들은 경제적 여유를 갖추는 대로 더 나은 생활 인프라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려는 경향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의사 인력의 지역 편중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 수를 더 늘리면, 의사 인력의 지역 편중 현상이 악화돼 의사 일자리 및 전체 의료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국민 의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지역의사제와 지방 공공병원 설립 등으로 지방의 의사 일자리 및 의료 시장을 정부가 통제하면, 지방에서 일하는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경제적 이득마저 사라져 의사들은 지방을 더욱 기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한방일원화나 한방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허용도 의사 부족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했다. 병의협은 “미용 및 성형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의료 시장 확대와 한의사들에 의해 만들어질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의 증가로 의료 공급자들의 출혈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공급자 유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국민 의료비는 늘어나지만, 정작 의료의 질이나 국민 건강 수준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사 수가 증가할수록 국민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OECD 25개 회원국의 30여 년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급격히 늘고 있는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 수의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병의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사 수 감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아 현재 대한민국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 수 증가율과 의료비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체 의사 수의 3%가 넘는 4000명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및 의대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 의한방일원화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 의료비 폭증은 개의치 않고,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이뤄지는 포퓰리즘 정책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함께 “필수 의료나 지방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대도시에서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들은 생존을 위해 비정상적 과당경쟁에 시달리는 왜곡된 의료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이런 왜곡된 현실이 의대 정원 확대, 의한방일원화, 공공의료 확충 등 정부 정책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료 정책은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이나 정책 추진 시 파생될 부작용 및 파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막무가내 정책 추진의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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