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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사 노조,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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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사 노조, 왜 필요한가?
  • 경기메디뉴스 김선호 기자
  • 승인 2020.08.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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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수가, 의사 수 확대 등 의사 목소리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아 '위기감'
대한의사협회 법정단체로서 한계 인식하고 전국의사노동조합 산파역 해야
해결할 문제도 산적, 개원의사는 근로자 아냐 vs 강제지정제도 들여다 봐야
만든 후에는? 투쟁 조직, 의사 출신 전임노조 등 갖춰 의료 현안 해결 나서야

초저수가, 의사 수 확대 등 최근 이슈에서 정부가 의사의 목소리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7일 전공의들이 여의대로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의대정원 확대 반대 등을 외치며 단체행동을 했다.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이 함께 단체 행동에 나선다. 문제는 대한의사협회 및 산하 의사단체는 법정단체로서 단체행동에 한계가 있다. 당장 지난 7일 경기도는 도내 의원급 의료기관에 진료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런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 8일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 노조, 왜 필요한가'라는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토론자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법정단체로서의 한계를 인식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여 전국의사노동조합(혹은 전국의사노조협의회)을 구성하여 법적으로 인정되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의협이 전국의사노동조합의 산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이 기대되는 개원의사의 근로자 자격도 거론됐다. 정부가 전국민의료보험 하에서 의료기관 강제지정제(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하기 때문에 근로자 자격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전국의사노동조합이 구성된 후 실질적인 협상력을 갖기 위해서는 투쟁 조직을 갖추고, 의사 출신 전임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의사노조 단체는 3개 병원의 의사노조와 일부 대학병원 교수노조, 전공의 노조가 있다. 그러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모두 있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가입 회원이 소수로 전체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 전국단위의 의사노조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경기메디뉴스가 지난 8일 열린 '의사 노조, 왜 필요한가'를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의료정책연구소가 8일 용산 의협 임시회관에서 개최한 '의사 노조, 왜 필요한가' 주제의 의료정책포럼은 3개의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과 자유토론 그리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주인숙 중앙보훈병원의사협의회 노동조합 위원장은 '의사노조의 필요성과 독립노조 운영사례'를 발제하면서 실적 강요에 대항하여 출범했지만 의사출신 전임노조가 없어 협상력에 한계가 있으니, 의협 중심으로 의사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인숙 위원장은 "저수가 구조로 (병원 경영진은) 의사에게 외래 진료 실적을 올리도록 ‘5010, 5030 운동’으로 강요한다. 의사는 의료 경영에서 노동자 위치라는 거를 자각해서 지난 2018년 8월 7일 의사노조가 탄생한 거다. 당시 중앙보훈병원 의사 전체 인원 146명 중 110명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우린 민노총에 가입 안 한 독립노조이다. 민노총은 너무 사회주의적이라서 독립 노조로 운영하게 됐다. 한계점도 있다. 전임자가 없고, 시간적 제한도 많고, 파업 조직력이 약해 협상 대상자로서 약체로 인정된다."라며 "장기적 독립노조는 불투명하다. 장기적으로 의협 중심으로 연대를 이뤄 의사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권성택 교수(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서울대학교병원)는 '교수노조 vs 의사노조 / 의대교수 노조 / (임상) 겸직교수노조'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의사도 착한 사람 신드롬에서 자유로워 져야 한다면서 오는 11월 전국 의과대학교수 노조연합 발기인 총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택 교수는 "의대교수 노조는 의사면서 교수, 교수면서 노조인 사람일까. 의사노조건 교수노조건 착한 사람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 착하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래서(의대교수가 착한 사람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제 제자들이 파업하는 사태까지 왔다. 교수도 노동자다. 이제는 '의사가 노동자?'라는 컨셉도 바뀔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의대정원 확대 등 이슈에서) 의대교수 노조가 중요하다. 교육부장관이 협상 대상자이다. 파업은 당연히 못 하지만, 의대정원 확대 등 이슈에 교섭 가능하다."라며 "현재 소산별노조로서 2020년 11월 21일 발기인 총회를 하기로 했다. 가칭 전국의과대학교수 노조연합 구성은 전국의과대학 교수 개인 및 의과대학 개별 단위노조가 구성원이다. 착한 사람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현미 전 재영한인의사회 회장(영국 외과의사)는 '영국의 전공의 파업 사례'를 발제하면서 2016년 전공의들이 4번 파업했고, 좌절도 했지만, 결국 의사들이 뭉치면 되더라고 전공의 때 경험을 소개했다.

박현미 전 회장은 "2016년에 진행된 영국 전공의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동기는 2015년 영국 수상이 '7-day NHS'를 일방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공공의료를 7일 의료, 즉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환자가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응급실은 하루도 쉬지 않았다. 좌파나 우파나 공공의료를 정치적 방망이로 쓰기는 마찬가지다."라며 운을 뗐다.

박 전 회장은 "6만 명 전공의가 파업을 시작했다. 2016년 4번 파업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늘지 안았다. 응급실 파업까지 했다. 이러고도 졌다. 새 급여시스템, 주말 당직 등 다 시작됐다. 좌절감, 허무함, 정부의 노예 생각 등 전문가 대접을 못 받는다고 처음 느꼈다."라며 "의사 중에는 영연방을 떠나고, 카약킹 선수로 떠나고, 월급 많이 주는 대로 떠났다."고 회고했다.

박 전 회장은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자 외국에서 4분의 1을 수입했다. 학생은 6천 명에서 7,500명으로 늘렸다."라며 "이런 가운데 주말 급여 인상 등으로 협상이 4년에 걸쳐 끝났다. 의사들이 뭉쳐 행동하면 되더라. 조합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김대중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교수노조, 의사노조 등 대학병원에서 보면 아주 복잡한 문제다. 예를 들면 아주닥터스유니언으로 의사노조로 출범했다. 의대는 의사 아닌 교수, 즉 기초의학 교수는 노조에 가입 할 수 없다. 그러면 교수노조로 가자. 전임교원을 전제로 한다. 아주대병원 350명 교수 중 100여 명이 비전임 교수다. 진료 교수(비정규직)는 원천적으로 교수노조 대상이 되지 못한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라며 "그래서 의사노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만, 교수회 활동도 동시에 하고 있다. 교수회 하면서 노조 만든 이유는 교수회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보직자가 들어 주지 않는다.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중엽 대한전공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사례를 얘기하고자 한다. 노조 전환 시 병원 경영진은 부정적 시각이다. 서울대병원 미션이 고객 중심, 안전 중심이다. 병원 미션에도 있는데 병원이 왜 해결하지 않냐며 접근했다. 노조처럼 했다면 병원에서 보훈병원처럼 질질 끌고 해결하지 못했을 거다."라며 "노조를 설립하더라도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다. 전공의는 중간단계이다. 펠로우나 교수로 채용 안 되면 그걸로 끝이다. 노조에 불참하니 협의회로서 의미가 있다. 모든 전공의가 속한 협의회와의 관계도 고민이 있어야겠다. 대한전공의노조는 산별노조로서 이걸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재현 전국의사노조협의회 준비위원장은 "일반 교수노조 안에 있는 전임교원 의사 교수노조를 처음부터 잘 조직하여 병원을 상대로 노동권을 보장받는 조직 운동을 전개할 기회로도 삼을 수 있지만, 노동권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투쟁 조직의 결여, 즉 의사직 노조 전임활동가와 상근직 직원의 부재라는 허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다른 보건의료 노동자와의 연대 없이 독자적으로 투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준비위원장은 "전체 의사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부와 건보공단 등 대정부 교섭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개별 병원들의 의사노조 단체가 아닌 봉직의, 개원의, 의대교수, 전공의 노조를 담을 수 있는 전국의사노조협의회를 구성하여 단체별 의사노조들이 모여 하나의 전국단위의 의사노조를 조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먼저 의협은 비대위를 구성하여 기존의 3개 병원 의사노조와 전공의 노조, 교수노조와 병의협 및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와 연대하여 전국의사노조협의회를 조직하기를 바란다. 전국의 병원별 의사조직들과 개원의협의회까지 합류시킨다면 공히 전국단위 의사노조가 형성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법적인 투쟁과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정원 공인노무사(법무법인민 고문)는 "나는 노동부에서 38년 근무했다. 문재인 정권이 가장 소통 잘하겠다며, 노동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정치집단이다. 이런 정권에서 의사가 거리로 나왔다. 정부, 위정자의 소통 부재다. 책임이 크다."라며 "전국규모의 업종별 단위조합으로 교수의사도 전공의도 모든 의사면허로 들어 오면 된다. 개원의 빼고, 개원의 밑에 의사도 들어가 병협과 교섭하고, 전국 노조에 들어가면 파업도 노동조합 명령에 따라 분회 단위를 만들어 쟁취하는 그런 방법밖에 없다. 전국규모 의사업종별 단위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 공인노무사는 "개원의사는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 원장은 당연히 사용자이다. 또한, 의협은 단체행동 못한다.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의협과 전국의사노동조합이 투톱으로 경쟁적으로 가야 한다."라며 "개원의사는 공단이 수가 삭감하거나 애로 사항을 안 들어 주면 개원의사도 노동조합 후원해서 정부와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체 패널 간 자유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재연 전국의사노조협의회 준비위원장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의사노조를 처음 만들었을 때 노동사무관이 왔다. '의사가 노조 만들려 하나?'라고 의아해했다. 노동부, 정부, 복지부에 의사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법적 보호 안에서 노동권 수호하자는 거다."라며 "의협은 비대위를 구성하여 기존 3개 노조와 연대하여 전국의사노조 협의회를 조직해야 한다. 각과 개원의 협회와도 합류하여 전국단위의 의사노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해야 한다. 작년부터 의료정책연구소가 노조 포럼을 개최한 게 이번에 두 번째 장이다. 이제는 실제로 조직해야 한다. 개원의협회, 봉직의노조도 가입 가능하다."라고 제안했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중론이 의협이 산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같다. 영국 의사는 트레이드 유니언이라는 150년 역사가 있다. 의협의 딜레마는 이런 역사를 갖지 못한 것이다. 의협은 법정 단체로서 공적인 일을 한다. 민주화 선진화 되려면 파업을 자주 해야 하는데 그게 오지 않아서 아쉽다."라고 언급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의사노조도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파업을 하지 않더라도 있으므로 건전한 발전의 토대가 된다."라며 "개원의는 노조법상 상당히 좀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에 특수형태 근로 종사원, 본인 사업주인데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중장비 등 9개 영역은 특수형태 종사이다. 그것과 개원의는 조금은 결이 다르다. 현행 구조하에서는 개원의 부분은 노조가 쉽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안덕선 소장은 "개원의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강제지정제하에 있다. 공단에 묶인 피보험인이다."라고 반박했다. 

플로어에 있던 이은수 비뇨기과 개원의도 "개원 의사로서 정부에 불만이 있다. 단일의료보험 하에서 심평의학 등에 대한 불만이다. 개업 의사도 단체행동을 해봤으면 좋겠다. 문제는 대학은 협상 파트너가 있지만, 우리는 공단 심평원 복지부가 협상 대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박해철 위원장은 "현행 법체계에서는 개원의 노조는 불가능하다. 결국, 의료수가가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소통 채널을 확보하여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미 전 재영한인의사회 회장은 "영국과 달리 한국은 의사 개인이 교육비, 병원건축비 등 모두 자부담이다. 그런데 수가는 국가가 정한다. 다 의사 자기 돈으로 준비하고, 끝으로 모든 리스크는 개인 의사가 부담하고, 정부는 가격만 정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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