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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지방 의료기관은 의사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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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지방 의료기관은 의사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려워”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8.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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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 지방 의료 인력 부족은 의사 아닌 전체 보건의료 인력 부족 때문
저수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등 개선 대책 마련해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정부가 부족한 지방 의료 인력 보충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부족한 지방 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간호사, 방사선사 등 지역 보건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10일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명분으로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함께 수도권 및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는 의사 한 명만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및 진료지원 인력 등 다양한 인력들에 의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또, 지방과 대도시 간 의료 서비스 격차가 벌어지게 된 이유도 의사 인력의 대도시 편중보다 의사 이외의 보건의료 인력 대도시 편중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지금도 지방에서는 의사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의사 수만 늘리면 다 해결될 것처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의사 늘리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지역 보건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지역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의사들의 지방 근무 기피 사유와 동일한 것으로 분석했다. 열악한 근무 여건과 생활 인프라, 대도시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임금 수준 등에 따른 것. 근무 여건과 임금 수준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보건의료 인력을 고용하는 의료기관 역시 어렵기 때문으로 봤다.

병의협은 “저수가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의료기관의 운영과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의료기관이 생존하기 어렵다”며 “의료 취약지역은 인구수가 현저히 낮아 적절한 의료 수요가 창출되기 어렵고, 취약한 도로 사정 및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 때문에 그나마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환자들의 대도시 대형병원 선호 현상은 지방 의료기관의 환자 수 감소로 이어져 지방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병의협은 “결국 의료 취약지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의사 부족이 아니라 적은 인구수, 고질적인 저수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의료 인력 배출만 늘린다고 해서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 인력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간호대 정원 확대를 통해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2018년 간호대학 공동연구팀이 전국 1042개 병원의 2010년과 2015년 간호 인력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해당 기간 새롭게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 수는 늘었지만, 병원 내 간호사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 새로 면허를 얻은 간호사는 1만 1709명(2009년)에서 1만 5411명(2014년)으로 32% 늘었다. 그러나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간호 인력 수준이 개선된 의료기관의 비율은 19.1%(199곳)에 그쳤다. 간호사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도, 조사 대상 병원의 70.1%(730곳)는 인력 수준에 변화가 없었고 10.3%(113곳)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를 진행한 을지대 김윤미 교수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에서 간호학과 정원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해당 지역 의료기관의 간호사 고용을 늘리거나 간호사 배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정부가 취약한 지방 의료 시스템의 핵심 원인인 저수가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문제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고, 대도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해결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인력 배출만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시스템을 갖추기보다는 전체 병상 수를 강제로 줄이면서 지방에 공공병원과 3차 의료기관만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방향의 정책에는 지방 1차와 2차 의료기관을 고사시키고, 정부가 지방 의료를 완전히 통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숨어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도시에 불필요한 잉여 인력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공공병원과 3차 병원의 지방 설립 확대는 혈세와 건강보험료 낭비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점도 경고했다.

병의협은 끝으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부족한 지방 의료 인력 보충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정부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의사 인력의 관점이 아니라 전체 보건의료 인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지방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핵심 원인인 고질적인 저수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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