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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명지병원, 국내 최대 규모 고압산소치료센터로 ‘골든타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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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명지병원, 국내 최대 규모 고압산소치료센터로 ‘골든타임’ 잡는다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8.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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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2명 동시 고압산소치료 가능… 응급상황 대비 24시간 운영
김인병 센터장,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도입, 더 큰 책임감 느껴”

최대 12명이 동시에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센터가 7월 21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문을 열었다. 명지병원은 경기도의 ‘응급의료기관 고압산소챔버 장비비 지원 사업’ 공모에 도전해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오픈하게 됐다. 경기도는 물론 국내 최대 규모의 다인용 고압산소챔버 시설을 갖추게 된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현장을 가봤다. <편집자 주>

7월 21일 개소한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전경. ⓒ 경기메디뉴스
7월 21일 개소한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전경. ⓒ 경기메디뉴스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나란히 자리한 고압산소치료센터는 이제 막 오픈한 치료시설답게 쾌적하고 깔끔했다. 고압산소챔버 내부에서는 몇 명의 환자가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중이고 의료진은 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이었다. 챔버 내·외부에 설치된 모니터링 카메라와 통신 시스템을 이용해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물으며 환자와 의료진이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명지병원에 고압산소치료센터가 문을 열게 된 것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 10명이 여행을 떠났다가 숙소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상태로 발견된 것. 이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은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이슈화된 것은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여러 차례 이송된 뒤에야 학생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때문에 고압산소치료시설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그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고압산소챔버 장비가 10억 원 이상으로 워낙 고가인 데다 시설 운영을 위한 전문 의료인력 배치 부담도 있어 선뜻 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경기도가 도내 의료기관에 고압산소챔버 장비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경기북부 지역에서는 명지병원이 선정돼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설치하게 됐다.

명지병원 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 겸 고압산소치료센터장이 고압산소치료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기메디뉴스
명지병원 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 겸 고압산소치료센터장이 고압산소치료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기메디뉴스

명지병원 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 겸 고압산소치료센터장은 “명지병원은 2013년 민간병원 최초로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출범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운영 중이며, 경기도광역치매센터·서울시자살예방센터·치매인지재활 프로그램인 백세총명학교 위탁운영 등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명지병원의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 공모사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응급질환뿐만 아니라 만성질환까지 고압산소치료 영역 확대 추세

고압산소치료가 이뤄지는 고압산소챔버 내부. ⓒ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가 이뤄지는 고압산소챔버 내부. ⓒ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란, 일상적인 공기의 압력보다 2배 이상 고압의 챔버 안에서 100%에 가까운 고농도 산소를 호흡함으로써, 인체 내 산소량을 대기압 상태의 125배 수준으로 늘려 각종 질환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치료법이다. 김인병 센터장은 “잠수함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면서 “잠수함처럼 생긴 밀폐공간에서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으로 산소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산소 부족으로 손상된 장기를 회복시키는 치료”라고 덧붙였다.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는 2분할 챔버 구조로, 10인용과 2인용 듀얼 챔버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 산업용을 제외한 의료용 기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여기에 최신 자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 내에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담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전담 응급구조사 2명, 전담 간호사와 응급센터 의료진이 상주하며 24시간 체계로 운영된다.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가 생기기 전까지 수도권에서 다인용 고압산소챔버를 구비한 곳은 서울아산병원, 인하대병원 정도에 그쳤고, 일부 병원은 1인용 챔버만을 보유한 상황이었다.

최대 12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챔버 외부. ⓒ 명지병원
최대 12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챔버 외부. ⓒ 명지병원

그동안 고압산소치료시설 부족에 따른 환자들의 갈증을 증명해 보이듯 오픈과 동시에 이용 환자 수 증가는 물론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시범운영 기간이었던 지난 7월 초에는 의정부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응급환자가 전원해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주기적으로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하는 잠수사들의 문의도 많다. 과거에는 고압산소치료시설을 찾아 강원도나 삼천포 등지로 원정을 떠나던 잠수사들의 발길이 앞으로는 명지병원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고압산소치료는 흔히 알려진 일산화탄소 등 가스 중독 치료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김인병 센터장은 “고압의 환경에서 혈장으로 고농도의 산소가 전해져 저산소 조직까지도 충분한 산소 공급이 이뤄진다”며 “백혈구나 세포 기능을 향상시켜 감염과 염증 반응 조절, 상처의 회복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감압병(잠수병), 공기색전증, 급성 감각신경성 난청, 수혈이 불가한 과다 출혈 시 산소 공급, 돌발성 난청 등 응급질환뿐만 아니라 화상, 버거씨병, 당뇨병성 족부궤양, 난치성 골수염, 두개 내 농양, 방사선치료 후 발생한 조직 괴사나 지연성 합병증 등 만성질환까지 다양한 분야로 치료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명지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는 만성피로나 피부미용 개선을 위한 비급여 치료도 시행하고 있다.

고압산소의학 관련 활발한 연구 및 과학적 근거 마련 절실
고압산소치료시설 확대 위한 수가 체계 개선 고민 필요

김인병 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고압산소치료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질환에 고압산소치료가 활용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고압산소의학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21일 개소식 당일, 고압산소치료의 효과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고압산소치료 경험이 풍부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관계자 등이 참석해 운영 사례, 인력구성, 고압산소치료 최신 지견, 치료 방법 등을 공유했다.

김인병 센터장이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다. ⓒ 경기메디뉴스
김인병 센터장이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다. ⓒ 경기메디뉴스

고압산소의학에 대한 연구 부족과 더불어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수가 문제다. 김인병 센터장은 “병원에서 고압산소챔버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고가의 장비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투입인력 대비 저수가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압산소치료는 1시간 이내, 2시간 이내, 2시간 이상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3만 4000원, 8만 4000원, 21만 원으로 수가가 책정돼 있다. 문제는 고압산소치료에 쓰이는 일회용 산소마스크가 4만 원, 호스는 1만 원으로 이 같은 재료비는 수가에 반영되지 않아 고스란히 병원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100% 농도의 산소와 부속장비 운영, 24시간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의료인력 상주 등을 고려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고압산소치료시설 운영으로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인병 센터장은 “명지병원은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센터를 개소하게 됐지만, 일반 의료기관의 참여를 높이려면 수가 체계 개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김인병 센터장은 “명지병원이 경기북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경기도에 감사하다”면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24시간 응급의료 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재난의료 거점병원 역할에 충실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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