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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의 집값 잡기와 의사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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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의 집값 잡기와 의사 잡기
  • 경기메디뉴스
  • 승인 2020.08.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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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석 경기도의사회 기획이사 겸 사업이사
원영석 경기도의사회 기획이사 겸 사업이사
원영석 경기도의사회 기획이사 겸 사업이사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집값을 잡겠다고 갖가지 부동산정책을 발표해왔지만, 오히려 집값은 그때마다 널뛰기를 하면서 더 상승했고, 결국 이제는 정부가 전·월세 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나왔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정책이며 국민의 큰 저항을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리수를 감행하는 것은 그동안 스스로 무덤을 판 결과이다.

가격은 매물의 양과 매수의 양으로 결정되는데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면 당연히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특정 지역에서의 수요량이 많다면 그 지역에서의 매물을 늘려야 하는데 오히려 과도한 과세정책과 신고정책으로 인하여 매물이 사라졌고, 오히려 중국인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재산 증식 목적으로 대량으로 특정 지역의 집들을 구매하면서 집값은 더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을 제대로 듣고 매물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차라리 아무런 정책도 발표하지 않았다면 이런 참담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엔 의료정책을 보자. 최근 정부는 2차 병원이 도산하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목이 비인기과로 전락하면서 지원율이 급감하자 의대 정원을 10년에 걸쳐서 4000명을 늘린다고 발표하였다. 언뜻 보면 의사 수가 늘어서 의료 환경이 좋아지면 이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 과연 무조건 의사를 많이 공급하면 비인기과에 의사들이 지원하고 2차 병원 등 종합병원의 지원자가 늘게 될 것인가?

지금 많은 의사들이 한국의 저수가정책과 미용성형병원의 난립으로 갈 곳을 잃자 미국이나 일본에서 의사를 하려고 의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의사들이라도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의사정원을 늘릴 필요가 없어진다. 

산부인과의 예를 들어보자. 점점 분만을 받는 산부인과는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원정출산을 가야 하는 현실이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산부인과 의사를 많이 뽑아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하면 분만병원이 늘게 되는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이다. 아시겠지만, 분만사고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와 의사들에 대한 가혹한 형벌, 그리고 낮은 의료수가의 현실에서 당연히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분만병원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의술을 배워 다른 형태의 병원으로 개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의사 수를 늘리지 말고 분만취약지에서 개원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주고 의료수가를 올려주는 등 의료 환경을 개선해준다면 자연스럽게 분만병원이 생길 것이다.

매물이 꽁꽁 숨어버린 강남의 현실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지 않는 의료 현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단순히 집 공급량을 늘리고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매물이 나올 수 있는 환경과 메이저 과와 종합병원을 지원 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료현안에 대한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위와 같은 정책을 강행한다면 이공계를 지원하고자 하는 많은 학생들이 의대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은 무너질 것이며,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의사들만 늘릴 것이다. 또한, 개원 병원이 늘면서 서로 간의 경쟁으로 박리다매 병원이 속출하고 의료의 수준과 질이 떨어질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잘못된 의료정책을 시인하고 진지하게 의사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국가가 불행해지는 사태를 막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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