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정말로 부족한가? 적정 의사 수 기준부터 짚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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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정말로 부족한가? 적정 의사 수 기준부터 짚어봐야
  • 경기메디뉴스 한진희 기자
  • 승인 2020.07.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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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의사협의회,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문제점 진단
의대 정원 늘리면 2025년부터 의사 수 초과 공급 전망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경기메디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추진과 관련,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 진단에 나섰다. 병의협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적정 의사 수의 기준과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정말로 부족한지부터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병의협은 “의사 수 부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OECD 보건의료 통계에서 각국의 의사 수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 OECD 보건의료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다.

이와 관련 병의협은 “그러나 기대수명, 영아 사망률, 자살을 제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 등에서는 OECD 최고 수준이며, 의료이용 관련 지표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절대적인 의사 수에서도 일본(2.4명), 미국(2.6명), 캐나다(2.7명) 등의 국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의사 수가 적은데도 최고의 의료 수준과 의료 이용률을 보이는 이유에 주목하고 적정한 의사 수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의 의사 수가 적은데도 의료 수준과 이용률이 높은 이유로 ▲높은 전문의 비율 ▲최고 수준의 의사 노동 시간 ▲낮은 수가 ▲높은 의료 접근성 ▲많은 외래 및 입원 환자 수 등 복합적인 요소를 들었다. 의사와 국민의 전문의 선호 현상이 강해 개원의도 전문의의 비중이 월등히 높고, 낮은 수가로 인해 국민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병·의원을 방문해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병의협은 “병·의원 입장에서는 낮은 수가 때문에 더 많은 환자의 진료를 봐야 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의 노동 시간과 강도의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또한 우리나라는 인구 대부분이 도시 지역에 밀집돼 있고, 이로 인해 도시 지역에 병·의원의 수가 집중돼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낮은 의사 수와 높은 의료 수준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수가 수준에 국민과 의료계가 적응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병의협은 이러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과 수가 체계의 변화 없이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은 반드시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사 및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을 세울 때는 외국과의 절대적인 숫자 비교보다는 자국 의료 시스템 안에서 가장 적절한 인력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정한 의사 수의 기준은 한 국가의 의료 시스템, 문화, 인종, 인구구조, 환경, 국민소득 수준, 의료재정 규모, 의료 인프라 및 접근성, 지리적 여건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의사 수를 늘리는 만큼 의료 수준이 향상된다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의사 배출 수를 조절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병의협은 현재 대한민국은 의사 부족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3년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의사 인력 공급의 적정 수준’이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5~2026년이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서 의대 정원을 늘리면 2025년부터는 의사 수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된 2019년 OECD 통계를 봐도 이러한 예측은 설득력이 높다는 것이 병의협의 주장이다. 병의협은 “절대적인 의사 수는 가장 적지만 이전과 비교해 평균에 가까워져 가고 있고, 수가 수준의 변화가 없는데도 경상의료비가 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현상은 빠른 고령화, 의료이용량 증가 등과 함께 의사 공급 과잉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통계와 예측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사, 간호사 및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료 시스템과 수가 체계, 의료 정책 등의 문제로 인해 적절한 인력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었다. 병의협은 “필수 의료보다 미용성형 분야를 선호하는 의사가 많아지고, 저임금 및 고강도 노동을 견디지 못해 숙련된 간호사들이 조기 은퇴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의료 인력이 대도시로만 몰리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의대 및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사 및 의료 인력의 적정 수준에 대한 올바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OECD 통계만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 없이 추진되는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무분별한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정책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의료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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